▲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오늘(16일) 조직개편과 관련해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에 이어 이 원장까지 금융당국 양 수장이 조직개편안에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당국 조직·업무 분리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늘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개월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발표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금감원 본연의 역할 수행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원장은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전날 국회가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만큼 추가 개정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의견을 내는 등 국회 법률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원장은 임원들에게 "감독원 본연의 업무에 일체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최고 수준의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담당 업무를 확실히 챙겨달라"며 질책 섞인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임원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임원들이 선배로서 직원들 정서에 공감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임원들까지 일손을 놓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질책으로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취임식에서 직원들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공직자로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게 우리 책무이자 의무"라며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이미 수용 의사를 밝힌 마당에 금감원만 끝까지 반대 집회를 하는 집단으로 비쳐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 노조원들은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런 원장 발언이 내부 동요와 혼란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노조와 면담에서 "조직 분리 비효율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노조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오늘 "금감원 본연의 역할 수행"을 강조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조직개편안은 금감원을 분리해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금감원 직원들은 오늘로 엿새째 출근 전 '검은 옷'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일부 직원은 개별적으로 대통령실 인근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국회 앞 야외 집회 등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등 여론전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