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재석 경사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저희 취재진과 유족은 해경에 사고 경위를 거듭 물었습니다. 그런데 해경은 여기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다가, 갑자기 원론적인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와 편집된 영상만 공개했습니다.
당시 해경의 수상한 행적을 신정은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고 이재석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1일 오전 9시 41분.
해경은 26분 뒤인 오전 10시 7분 보도자료 한 장을 배포합니다.
'고령의 갯벌 고립자를 구조하다가 실종된 30대 경찰관을 발견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유족과 언론은 해경에 시간대별 조치 상황을 포함한 구체적 사건 경위와 '2인 1조 출동' 원칙이 지켜졌는지 수차례 질의했지만, 확인 중이란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인천 해양경찰서 관계자 : (혼자 출동한 건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좀 부서에서 이제 정리를 좀 하고 있거든요. (제가 아까 한 3시간 전에 여쭤봤는데)]
[해양경찰청 관계자 : 지금 인천서에서 최종 컨펌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후 오후 6시 41분에 배포된 2차 보도자료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타인의 생명을 구한 고 이재석 경사'라는 제목으로, '이 경사가 평소에 근면 성실하고 맡은 임무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 동료들에게도 신뢰를 받은 유능한 경찰관으로 알려졌다'고 적었습니다.
해경이 공개했던 드론 영상은 45초 분량이었는데, 이 경사가 자신의 구명조끼를 요구조자에게 건네는 장면만 담겼습니다.
이런 내용 대신 사고 경위를 제대로 알려달라는 유족 측 요구에 다음 날 오전에 해경이 들고 온 A4 한 장짜리 자료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민식 씨/故 이 경사 유족 : 가면 갈수록 해경의 대처라든가 그다음에 하나씩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진짜 울화통이 터집니다.]
유족 측이 거듭 항의하자 사고 다음날 저녁에야 전달된 전체 영상엔 이 경사가 생존한 상태라 구조가 가능했던 33분의 '골든타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김한길·방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