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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칭찬도 안 되나요? "네, 불편합니다" [스프]

[갑갑한 오피스] 외모 칭찬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 : 이진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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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팀장님이 저를 부를 때마다 '우리 팀 비주얼 담당'이라고 붙여 부르셨고, '정전이 되어도 우리 팀만 환할 거야, OO 덕분에'라는 식으로 외모칭찬을 계속하셨어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색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얘기니 좋게 들으려고 했어요. 근데 이게 매일 반복되다 보니 제가 한 업무 성과나 내용보다도 외모로만 절 평가하신다는 느낌이 들고 주변에서도 팀장님이 절 편애한다는 식의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스트레스가 됐어요. '얼굴 예뻐서 승진할 거다'라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니 내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나를 보고 평가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 생활이 힘들어졌어요."

위 사례는 어느 회사의 고충접수로 들어왔던 내용입니다.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의 공식접수는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시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지 말 것을 넣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였습니다. 설령 팀장의 발언이 피해자를 대상화하려거나 곤란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팀장의 발언은 업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평가받게끔 하고, 구성원들로부터 모종의 소외감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던 거죠. 즉,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외모 칭찬은 종종 '호의'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농담'으로 포장되지만, 피해자에게는 업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규정되는 경험이 됩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2022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23.1%가 직장에서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여성 응답자는 36.3%로 남성(13.2%)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의 22.8%는 '외모 비하'를, 24.4%는 '외모 간섭'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남성은 각각 17.0%, 11.4%에 그쳤습니다. 이는 "예쁘다", "오늘은 화장 안 했냐", "살이 좀 찐 거 같다" 식의 외모 간섭이 실제로 직장 내에서 얼마나 빈번히 오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구현한다거나 하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 피드백이 아니라면 직장에서 외모를 평가받는다는 건 어쩐지 좀 이상합니다. 외모 칭찬이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적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것은 이미 연구결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2년 외국 연구에서는 두 차례의 실험(1차 135명, 2차 301명)을 통해, 면접 상황에서 외모 칭찬을 받은 여성 지원자의 불안과 우울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했음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외모 칭찬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러한 외모 칭찬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대상화시키는 방식으로 적정범위를 넘어섰다고 평가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앞선 사례처럼 외모 칭찬 발언이 동료들 사이의 가십과 결합할 경우, 피해자는 또 다른 고립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쁘니까 승진할 거다" 같은 말은 농담처럼 흘러가지만, 실제로는 당사자의 성과와 노력을 외모 덕으로 환원해 버립니다. 당사자에겐 말로 다할 수 없는 무력감이 되겠지요. 2021년 외국의 한 연구에서도 외모 언급은 직장 내에서 특히 여성에게 따뜻함과 유능함 모두 덜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하면, 외모 칭찬은 단순한 사적인 농담이 아니라 직장에서 장기적으로 개인의 전문성을 흐리고,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외모가 업무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괴롭힘으로 인식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지요.

칭찬도 못하겠다고 푸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호의의 마음을 전하는 칭찬 한마디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칭찬에 대해 듣는 이가 불편해하지 않는지, 칭찬의 중심이 상대 직원의 역량과 성취에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직장에서라면 특히 "보고서 끝까지 꼼꼼하게 잘 마무리했다", "설득력 있는 발표였다" 같은 평가들이 훨씬 더 상대방에게 호의를 전하는 칭찬이 되겠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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