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요일 8시 뉴스는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사고 전후 영상과 녹취록을 입수해 저희가 어제(13일) 보도해 드렸습니다. 저희가 이 자료들을 더 자세히 분석해 보니, 이 경사가 고립된 노인을 발견하고 실종되기 전까지 최소 33분 이상 바다 위에서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구조에 나섰다면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동은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홀로 현장으로 출동한 고 이재석 경사가 인천 꽃섬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 A 씨를 만난 시간은 지난 11일 새벽 2시 54분.
잠시 뒤 이 경사는 발을 다쳐 움직이기 어렵다는 A 씨를 업으려다 실패합니다.
이 경사는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A 씨에게 건네주고, 주머니에서 자신의 장갑을 꺼내 A 씨 다친 발에 끼워준 뒤 A 씨의 손을 잡은 채 걸어 나갑니다.
5분 뒤 허리까지 오던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강한 물살에 손을 놓친 두 사람이 점점 멀어집니다.
이후 형광색 구명조끼를 입은 A 씨는 바다 위에 떠 있지만 이 경사는 머리만 내민 채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이 경사가 A 씨를 발견한 지 약 16분이 지난 시점입니다.
10분 정도가 흐른 뒤 A 씨는 드론을 향해 양손을 흔들며 본인의 위치를 알렸고, 이 경사는 양손으로 무전기와 랜턴을 꼭 쥔 채 발만 겨우 움직이고 있습니다.
드론에 촬영된 이 경사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새벽 2시 54분 A 씨를 만난 뒤 마지막으로 촬영된 3시 27분까지 이 경사가 생존한 상태로 확인된 시간은 최소 33분.
실시간 드론 촬영으로 이 경사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고 물속에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게 알려졌는데도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해경 구조 헬기가 이륙한 것은 새벽 3시 55분.
이미 이 경사의 모습이 사라진 지 18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이 헬기는 4시 20분 A 씨를 구조했지만, 이 경사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경 훈령에 규정한 2인 1조의 출동 원칙을 준수했더라면, 33분이라는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빨리 구조에 나섰더라면, 이 경사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전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