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관세협상에서 우리에게 제시한 구체적인 대미 투자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었는데요. 저희가 취재해 보니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수익의 90%를 가져가고, 원금 회수가 끝나면 반대로 미국이 90%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사실상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강민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제시한 대미 투자 펀드의 규모는 3천500억 달러입니다.
이 투자금의 수익 배분 방식과 구체적인 투자처 등을 놓고 한미 양국은 줄다리기를 벌여왔는데, SBS 취재 결과 미국 측은 우리 측에 대출이나 보증 형태가 아닌 직접 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투자처도 미국이 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수익 배분 방식의 경우, 투자 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발생 수익의 10%를 미국이 90%를 한국이 가져가고, 원금 회수 이후부터는 미국이 90% 우리가 10%를 가져가는 구조를 미국 측이 우리 측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투자 원금 회수 전 양국이 50대 50으로, 원금 회수 후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가져가기로 한 미국과 일본의 협상 결과와 비교하면, 원금 회수 이후 '1대 9'라는 악조건은 똑같고, 다만 회수 전까지는 한국이 일본보다는 다소 나아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한국의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일본의 1/3에도 못 미치고, 우리가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한 해 조달 가능한 금액이 200~300억 달러에 불과한 만큼,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점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지난 9일) :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문안이) 우리에게 제시된 문안과 그렇게 차이도 나지 않고. 그 문안을 보면 우리 국민 중에 누가 그 문안 그대로 사인해야 된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우린 절대 그런 문안대로 사인할 수 없습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서명하든지 아니면 관세 내든지'라는 한국 압박 발언은 대미 투자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김남성, 영상편집 : 황지영, 디자인 : 김한길·이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