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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국방'의 고립…"개인 욕심 챙기는 '사공' 많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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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 세계일보 칼럼

"국방장관이 셋이래!"라는 제목의 오늘(11일) 아침 세계일보 칼럼이 국방부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칼럼을 한마디로 줄이면 "출범 한 달여가 된 문민 국방장관 체제가 마뜩잖다"입니다. 원인은?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중뿔난 사공들만 많다"입니다.

안규백 국방장관 체제는 특별합니다. 64년 만에 부활한 문민 국방장관 체제입니다. 무너진 문민통제의 기틀을 복구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12·3 비상계엄 청산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히트 브랜드이자, 정부 성공을 결정지을 중요 요인입니다. 과거 군 출신 국방장관들과 비교하면 안 장관의 어깨가 참 무겁습니다.

장관 혼자 힘으로 문민 국방 체제의 완성과 성공을 꾀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십시일반 도와도 될까 말까 입니다. 현실은 딴판입니다. 대통령실의 모씨들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흔들고, 이런 틈을 노려 잇속을 챙기는 자가 있는가 하면, 여의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났다는 칼럼이 나왔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습니다. 문민 국방장관 체제의 전도가 위험해 보입니다.

문민 국방의 흔들리는 인사권

안규백 장관은 국회 국방위 경력이 탄탄해서 그동안 여러 장성들을 유심히 관찰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중에서 똘똘한 장군을 골라 합참의장, 참모총장에 앉힌 다음, 군무를 장악한다면 문민 국방 체제 성공의 5~6부 능선은 넘습니다. 달리 말해 문민 국방 체제의 전제 조건은 장관과 손발이 맞는 참모의 인선입니다. 실컷 주도적인 인사를 한 뒤 군무를 펼치고, 평가는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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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난주 단행된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인사는 안 장관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장성들을 엄선한 것일까? 합참의장은 가족들 이슈로 설왕설래하고 있고, 육군 참모총장은 "용현파를 잇는 로켓파 육군 조직의 등장", 공군과 해군 참모총장은 "과대평가됐다"는 후문을 낳고 있습니다. 대체적인 인사평은 "안 장관이 능력 본위로 제청한 장군들은 물 먹었다", "알맹이 버리고 껍질만 취했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문민 국방 체제의 앞길은 험난해집니다.

세계일보는 "장관이 3명"이라고 풍자했습니다. 대통령실의 몇몇 사람이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백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여의도 국방장관'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어떤 장관도 못 버팁니다. 항간에서는 "장관이 4명이다, 5명이다"라고도 합니다. 보기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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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한미연합훈련 지휘를 위해 전시지휘소를 방문한 안규백 국방장관
보이지 않는 손들을 어찌 하리오

장군 인사만이 아닙니다. 국방부 실국장급 인사도 큰일입니다. 새 정부 들어 새로 뽑힌 실장급은 인사복지실장 한명 뿐입니다. 국방정책실장, 자원관리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은 그대로입니다. 장관 보좌관도 안 들어왔습니다. 국장급도 과거 인물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윤석열 라인이 굳건해서 '안규백표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안 장관의 측근은 "사공이 많아서 장관이 국방부 내부 인사도 제때 못하고 있다"고 혀를 찼습니다. 사공이 많아도 한 배에 올라타면 어디로든 갈 텐데 사공이 각각 배 한척씩 꿰차고 사방팔방으로 나아가는 형국 같습니다. 장차 혼란이 자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문민 국방 체제의 실패를 부르는 필요조건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숨어있는 국방장관'으로 지목되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들이 왜 개입하고 간섭하고 방해하는지도 짚이는 바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안보 분야의 권력 놀음, 차기 국방장관 욕심, '육사 월드' 보존의 본능 등입니다. 알량한 개인적 욕심들입니다. 그들이 겉으로나마 이재명 정부 원팀의 일원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이재명 정부의 밑돌인 문민 국방 체제의 성공을 위해 개인 욕심은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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