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이른바 '외설 편지'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14조 원에 달하는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희대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생전 각별한 관계였다는 폭로가 이어지자 또다시 거액의 소송전으로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부터 '외설 편지' 의혹을 다룬 기사 철회와 사과를 요청받았다고 10일자로 보도했습니다.
변호사는 또 뉴욕타임스를 100억 달러(13조 9천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측이 문제 삼은 기사는 지난 8일 보도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2003년 엡스타인이 50세 생일에 받았던 축하 편지 속 서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필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의 편지는 여성의 나체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그린 뒤 '제프리'와 '도널드'가 대화하는 문장을 적고 그림 아래 흘려 쓴 듯한 필기체로 '도널드'라는 서명이 적힌 것입니다.
앞서 미 하원이 이 편지를 공개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조작된 편지라고 전면 부인하면서 진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8일자 보도에서 트럼프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트럼프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에드워드 코흐 전 뉴욕시장 등에게 보낸 편지를 찾아내 당시와 필적이 일치한다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보냈다고 공개된 '엡스타인 편지'
특히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공문서 등 공식 문서에 '도널드 트럼프'라고 서명했을 때와는 달리, 주로 친구나 측근 인사에게 보내는 개인적 편지에 '도널드'라고 서명할 때는 마지막의 'd'자 끝부분을 오른쪽으로 길게 늘여서 쓰는 특징이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소송 위협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은 10일 보낸 답변에서 "우리 기자들은 사실을 보도하고 시각적 증거를 제시했으며, 대통령의 반박도 보도했다"면서 "이러한 모든 것들은 미국 국민이 직접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시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우리는 계속해서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사실을 추적할 것이며 미국인을 대신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언론인의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밀착했다는 결정적 정황을 보여주는 이른바 '외설 편지' 의혹은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간판 매체들에서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을 상대로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보도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1천600만 달러(217억 원)의 합의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