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부패와 견디기 힘든 빈곤…네팔 'Z세대'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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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시위대의 모습

네팔 정부의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 조치에 반발해 시작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밑바닥에는 참을 수 없는 부패와 견디기 힘든 빈곤이 깔려 있습니다.

'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의 불만이 쌓이다가 폭발해 결국 폭동 수준의 과격한 시위가 확대된 것입니다.

현지시간 오늘(10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네팔 시위는 정부가 지난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데 반발해 시작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가 확산한다며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젊은 층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네팔에서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산딥 씨는 로이터에 "여러 차례 온라인에서 (집회 참석을) 호소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네팔 청년들은 이번 대규모 시위가 단순히 정부의 SNS 차단 조치에 반발한 대응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산딥은 "모든 국민이 부패한 정부에 진절머리가 났다"며 "이번 시위는 매우 즉흥적이었지만 정부를 향한 분노는 몇 개월 동안 쌓여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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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네팔은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107위였습니다.

네팔은 239년 동안 지속된 왕정을 폐지하고 2008년 연방공화국이 됐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14차례나 총리가 바뀔 만큼 정치적 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시위대 수천 명이 수도 카트만두에서 공화제 도입 이후 정치가 더 부패해졌다며 왕정 복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또 다른 특징은 주최 측이 'Z세대 시위'라고 표현할 정도로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네포 키즈'(nepo kids)로 불리는 고위층 자녀들은 사치스러운 생활과 많은 특권을 누리는 반면 대다수 청년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최근 SNS에서도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됐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네팔 인구 3천만 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이며 2022∼23년 기준 15∼24세 실업률은 22%를 넘었습니다.

네팔 정부는 매일 청년 2천 명 이상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날 네팔 의회 건물 외벽이 파손된 시위 현장에서 AP 통신과 만난 나라얀 아차르야 씨는 "우리 청년들과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위하러 왔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위를 일부 주도한 가우라브 네푸네 씨는 "이제 우리는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부패가 없으면서도 어느 이웃 국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이번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이날까지 20여 명이 숨지고 500명 넘게 다쳤습니다.

전날 행정 수반인 샤르마 올리 총리와 장관 4명이 사임했으나 대통령 관저와 올리 총리 자택 등지에서 방화가 일어나는 등 시위는 더 격화됐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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