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희대의 걸작 '포제션'이 오는 10월 4K 리마스터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예술 세계를 지켜낸 거장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생애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전쟁과 정치적 격변 속에서 성장하며, 예술적 자유를 찾아 프랑스와 폴란드를 오가며 활동한 문제적 감독이었다. 오랜 암 투병 끝에 향년 75세로 생을 마감한 그는 '폭력과 성, 그리고 절망'으로 정의될 만큼 파격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아버지의 소설을 각색한 데뷔작 '밤의 제3부분'(1971)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두 번째 장편 '악마'(1972)가 검열로 상영 금지되며 프랑스로 망명해야 했다. 이후 '중요한 건 사랑한다는 거야'(1975)로 큰 성공을 거두며 유럽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고, 다시 고국에서 '은빛 지구'(1988)를 제작했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제작이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연이은 좌절 속에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베를린 장벽 인근에서 부부의 파국을 그린 충격적인 공포 스릴러 '포제션'을 완성했다.
'포제션'은 전쟁에서 돌아온 첩보원 마크(샘 닐)가 광기로 무너져가는 아내 안나(이자벨 아자니)를 마주하게 되는 파멸의 이야기다. 단순히 결혼 파탄의 이야기를 넘어 정치 체제에 대한 은유와 인간 내면의 심연을 동시에 파고들며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그는 실제로도 아내와의 불화 속에 있었으며, 훗날 '포제션'이 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이자벨 아자니는 1981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는 그 해 가장 문제적인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드레이 줄랍스키는 배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감독으로도 손꼽힌다. 소피 마르소, 로미 슈나이더, 이자벨 아자니, 발레리 카프리스키 등은 그의 카메라 앞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작품 '코스모스'(2015)로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예술 세계를 지켜낸 거장으로 남았다.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영화 '포제션'은 오는 10월 4K 리마스터링으로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