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마구잡이 이민단속에 한인들 불안…"언제 들이닥칠지 무서워"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구잡이' 이민 단속이 확산하면서 미국 곳곳에서 거주하는 한인들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동안 현지에서 근면·성실한 생활로 뿌리내리고 미국 경제에도 기여해 온 한인들은 최근 한국 기업·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는데도 미국 정부가 한국인·한인들을 상대로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LA시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 이민 당국은 지난 3일 오전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있는 한 세차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인 직원 5명을 체포해 갔습니다.

당시 한인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중무장한 단속 요원들 10여 명이 급작스럽게 한인타운에 들이닥치면서 이 일대에 있던 한인들이 매우 놀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관련 성명을 내고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이민 단속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 세차장은 지역 사회에서 누구나 아는 중요한 장소로, 이런 사업장이 표적이 되면 커뮤니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민 커뮤니티는 우리 도시의 든든한 기반이고, 안전하게 보호받고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이러한 단속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이런 '급습' 형태의 단속이 벌어진 직후인 4일 조지아주 서배나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미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인과 한국인들의 경제활동 현장이 잇달아 미 이민 당국의 단속 표적이 되자 한인 사회에는 공포와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미국에서 수년간 주재원으로 일해온 한국인 A 씨는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며 "비자 문제로 직원이나 인부를 고용하기가 어려워졌고, 한인타운의 경우에는 이민 단속 때문에 경기도 많이 나빠졌다"고 전했습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종종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현지에서 고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비자 없이 한국에서 인력을 불러다 단기간 고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A 씨는 전했습니다.

광고 영역

하지만 이번 조지아 한국인 체포 사태로 인해 더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에 있는 직원들이 미국 현지 업무를 위해 단기 출장을 올 때에도 지금은 일반 관광객들처럼 ESTA(전자여행허가)를 받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 당국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이런 사례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A 씨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불법체류 중인 히스패닉계 인력을 다수 고용해 온 한인 업주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불법체류 신분인 종업원들이 단속을 피해 출근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생겨났고, 불법체류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한인 업소들의 매출도 대부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인 식당을 거래처로 둔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인타운 내 매출이 1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인들은 이번 조지아 사태 등 한국 업장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너무하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조지아의 한국인 체포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LA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모(49·여) 씨는 "(당국에) 잡혀간 한국인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궁금해하며 "일하러 왔다가 난데없이 그렇게 된 걸 보니 정말 안됐다"고 걱정했습니다.

이어 "한국에서 이번에 관세 협상을 하면서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한국인들을 잡아간 걸 보면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라고 배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취업 비자와 관련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LA 한인회의 제프 리 사무국장은 "이번 조지아 단속의 경우 여러 연방기관이 합동으로 수색영장 등 법적 절차를 모두 갖추고 진행한 것이어서 단속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려워 보인다"며 "그동안 이렇게 큰 사업장에서 적법한 비자 없이 고용·취업이 이뤄진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일부 여론을 전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ESTA(전자여행허가) 소지자의 불법 취업 등 적발 건수가 많아지면 한국이 ESTA 적용 국가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한국 국민 전체가 볼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나서서 단기 고용·취업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대한 영사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조지아 지역 영사 업무를 책임지는 애틀랜타 주재 총영사와, 미주 전체 한국 공관의 총책임자인 주미대사가 모두 공석인 상황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애틀랜타 총영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사건 발생 후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가 현지로 급파돼 구금자들에 대한 영사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새 정부 출범 후, 새 공관장이 부임하기 전에 전정권에서 임명된 공관장이 이임함으로써 각국 주재 한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일정 기간 수뇌부 공백을 겪는 '관행'이 대국민 서비스와 외교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사진=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