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우선 크게 세 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도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던 정부조직 개편, 그 가운데에서도 '검찰개혁' 얘기다. 어제(7일) 고위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협의회를 거쳐 발표된 검찰개혁안은 다음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한다는 대전제 하에, 수사 기능을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되 이를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고, 사실상 검찰청에서 이름이 바뀐다고 볼 수 있는, 기소 기능을 맡을 공소청을 만들어 이를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다. 현존하는 검찰청은 폐지된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 내용을 담고 있는 법무부 관련 규정 제32조, 행정안전부 내용을 담고 있는 제34조 등에 각각 이 내용이 반영,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어제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검찰개혁 외에 다른 정부조직 개편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반영하려면 바뀌어야 할 부분은 세 줄 이상으로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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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안
민주당은 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김병기 원내대표 이름으로 대표 발의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럼 '검찰개혁'은 이제 '완수'되는 것일까. 지난달 20일, 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와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이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추석 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고, 이후 후속 조치는 정부가 만반의 준비를 거쳐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거론돼 왔던 주요 쟁점, 즉 검찰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보완수사권도 박탈하는 것인지 유지하게 하는 것인지, 또 수사기관 간 조율 역할을 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인지 하지 않는 것인지 등의 문제를 포함하는 세부적인 부수 법안들(예컨대 형사소송법,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법 등) 처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9월 25일 그 이후로 일단은 미뤄둔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검찰개혁'의 '완수'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어제 발표된 고위 당정대협의회 브리핑에서도, 앞으로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제도개혁TF를 설치하고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긴밀한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고, 행안부 산하에 함께 자리하게 될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은 서로 수사 대상이나 수사 범위가 명확히 다르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제 브리핑에서, 중수청과 공소청이 가동되는 시기, 즉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운데 검찰개혁안의 시행 시기는 1년을 유예한 내년 9월이 될 거라고 밝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기한을 못 박아둔 상황에서 각론을 다듬어야 하는 상황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답정너' 검찰개혁?
시한을 먼저, 각론은 나중에. 무언가 순서가 바뀐 듯한 여권의 검찰개혁.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을 두고 권한 남용 방지 대책이나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방안에 대해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안을 만드는, 그러니까 실제로 입법으로 마무리할 여당의 분위기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하라'식의, 이른바 '답정너'식 추진이 이뤄진 건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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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민주당은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4개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즉 검찰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국가 기관인 공소청을 새롭게 설치하고,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나아가 이로써 기존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수사권의 다원화 체계가 갖춰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수사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는 기관인 국가수사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는 내용까지를 포함한다.
'검찰개혁 4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이후 민주당 검찰개혁 논의의 기준점처럼 사용됐다. 이 4법 발의 닷새 후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했다. 국정위는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논의했는데, 지난 6월 30일, "검찰개혁 4법과 국정위가 논의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는 건지, 동일하게 가는 건지, 다르다면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각론에서는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인 7월, 민주당은 원내에 TF를 꾸렸다. 구성원도, 의제도, 회의 자체도 모두 비공개인 TF에서 검찰개혁 4법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원내의 안이 다듬어졌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월 7일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기 때문에 최대한 숙의하되 빠르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TF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말 즈음, 검찰개혁 TF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은 "검찰개혁 TF는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였다. 원내 검찰개혁 TF가 국정위와 논의를 함께 하거나 그 내용을 반영하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한 이 의원은, "중수청은 행안부로 가야 하고 보완수사권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회의 첫날부터 "보완수사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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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달 2일, 민주당 새 당 대표가 선출됐다. 정청래 신임 당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며 "즉시 검찰개혁 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3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약속대로, 정 대표는 이틀 뒤 검찰개혁 4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민형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앞서 가동되던 원내 검찰개혁 TF의 논의 결과는 이 특위로 전달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원내 검찰개혁 TF가 그간 논의한 결과물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두기로 한다는 등의 이 안이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내용의 가부 여부부터, 어떤 논의를 거쳐 그런 결과에 도달하게 됐는지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이견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의 공론장 마련은 없었다. 되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료가 어떻게 언론에 유출되었는지 당 윤리감찰단에 경위를 조사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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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인사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
"추석 전 검찰개혁 마무리"라는 목표가 확실히 설정된 이후 민주당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탔다. 그럴수록 당 검찰개혁특위의 논의엔 언론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국민주권 검찰정상화특별위원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난달 6일 첫 회의를 연 자리에서, 민형배 위원장은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불법, 위법, 탈법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형사사법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정밀하게 다듬겠다"고 했다. "혼자 하지 않고 경청 소통하겠다"고 했던 민 의원은, 2시간 정도 걸린 첫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9월 말까지 끝낼 입법은 1단계인데, 이는 구조개혁이고, 구조개혁에는 4개 법안(공소청법, 중수청법, 국수위법, 공수처법)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특위에서 결정한 대원칙은 수사-기소는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이라면서 "보완수사권도 (검찰에) 남겨놓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형사사법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정밀하게 다듬겠다는 포부가 무색하게, 첫 회의 이후 이미 검찰의 보완수사권 박탈까지 결론 내린 셈이다. "9월 말까지 구조개혁을 담은 검찰 정상화 법안을 완성하고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를 올려드리겠다"는 속도전에 걸맞게 다음 날 곧바로 당정 협의를 연 검찰정상화특위는 "이른바 속도 조절론은 없다"면서 "8월 26일 최종 법안을 확정하는 회의를 하려고 한다"고 또 다시 시한을 못 박았다.
소관 부처 장관 우려에 "본분에 충실한가"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두 달 간 활동하면서 수립한 국정과제 등을 발표하는 대국민 보고 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 5년간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공개하는 이 자리에서도 역시 관심은 정부조직 개편안, 특히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지 여부와 그 내용이었다. 대국민 보고대회 자료(PPT)에는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이라는 대원칙 위주의 내용이 담겼다. 국정위 논의 과정에서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나 보완수사권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어졌지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 이유로 뚜렷한 결론은 보고대회 자료에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도 담기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종국에는 중수청, 공수처,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기관을 모아 한국형 FBI를 만들고 이들의 수사 업무 외에 나머지는 자치경찰이 그 기능을 가져가게 하는 방향의 중장기적 개편도 필요하다는 내용을 정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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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 박홍근 국정기획분과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국정위라는 독립 기구의 논의와 이를 보고받은 대통령실, 그리고 당의 속도전 속, 당·정·대 협의는 치밀하고 내실 있게 이뤄졌을까. 시간이 흘러가던 와중인 지난달 25일,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눈길이 가는 발언을 내놨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중수청을 행안부에 둔다고 하면 국수본과 기능이 중복되는 점이 있지 않는지' 묻자, 정 장관은 "1차 수사기관이 중수청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면 중수청,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행안부 밑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1차 수사기관들의 권한이 집중돼서, 상호 인적 교류가 가능한 상태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산하에 수사기관들이 집중돼 이를 어떻게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건데,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게 적절하단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독립된 행정위원회 성격을 가진 국수위를 전체 국정의 기획 조정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둬서 관할 조정을 맡긴다고 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논의의 기초가 되는 '검찰개혁 4법'과 다른 의견을 피력한 건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나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는 것, 즉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와 관련해서도 정 장관은 추가로 논의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속 사건의 경우 시간은 촉박한데 부족한 점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 보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러한 문제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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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대기하다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민주당 5선 의원이자,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이른바 '이재명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인물이기도 한 정 장관의 의견이 나온 뒤에도 민주당에선 진지한 토론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검찰정상화특위 위원장 민형배 의원은 이틀 뒤 당 지도부 이름을 빌어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정 장관을 직격했다. "당신 본분(법무부장관)에 충실한 건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브리핑하며, 정 장관의 발언을 법무부장관의 의견 개진이라는 논의의 출발점으로 여기기보다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격하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주당 모든 의원들이 모여 과제를 공유하고 입법을 준비하는 1박 2일 간의 워크숍(지난달 28일~29일) 첫날, 의원이자 국무위원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정 장관은 결국 "입법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며 "당에서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말하며 '당정 간 이견'이라는 불씨를 진화했고, 그 이후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매듭지어져"…그리고 진행된 토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집권 여당의 입법에 책임이 있는 여당 의원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의원총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지난 3일 민주당 의원총회는,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발제하듯 먼저 설명한 뒤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의원 10명 정도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의원총회 종료 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의원총회의 한 참석자는 "(중수청이) 법무부에 가나 행안부에 가나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을 낸 이도 있었다"면서, "법무부로 가야 한다는 말은 못하지만, 행안부에 뒀을 때 문제점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는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중수청이 법무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 검찰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몰려'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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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
이틀 뒤엔 소관 상임위, 즉 검찰개혁 4법이 회부돼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어 온 검찰의 수사·기소권 오남용 사건, 정치적 표적 수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청문회 목적에 맞게, 법안심사1소위는 민주당 주도로 이를 추궁할 수 있는 증인과 참고인을 사전에 의결해 이날 청문회에 나섰다. 청문회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연루된 서울남부지검 수사관들이 띠지 분실 경위 등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 무마를 약속한 적 있다"고 주장한 것 등 앞으로 철저히 사실을 규명해야 할 여러 지점을 남겼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필요성을 바탕으로, 소위에 회부돼 있는 검찰개혁 4법이 어떤 형태로 다듬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이보다 하루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법조계 인사들의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는 있었다).
의원총회와 입법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던 지난 주 초,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번 주에 공론화를 거치기 위한 장이 펼쳐질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미 매듭이 지어진 상태"라고 했는데, "바깥에서는 마치 그렇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그런 걸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결론은 나 있지만,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뒤늦게나마)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이 이해는 거친 해석일까, 합리적인 추론일까.
'전광석화' 검찰개혁, 치열하게 토론했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말마따나 '전광석화'처럼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 국면에서, 기자가 만났던 민주당 의원 중 몇몇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검찰개혁을 떠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특수수사를 남기고 형사부를 망가뜨린, 그때 당시의 검찰개혁이 잘못됐다"고 떠올리며, 검찰개혁이 그로부터 몇 년 뒤인 지금 여전한 숙제로 남아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공약과 함께 구체적인 문구까지 제안했다는 금태섭 전 의원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슷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금 전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 보유"라는 당시 공약 속 문구를 소개하며, "문제는 검찰 특수부 조직을 없애고 인지 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면 해결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에 수사/기소 분리를 내세워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제 보완수사마저도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금 전 의원 생각이다. "그저 검찰을 혼내줘야 한다는 감정에만 치우쳐서 제도를 설계하다보니 검찰, 경찰, 공수처, 국수본 플러스 중수청에 이르기까지 각 기관의 역할 분담, 긴밀하게 연결된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구상이나 시뮬레이션 없이 누더기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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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검찰개혁안, 특히 사건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그대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분명히 존재한다.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주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예원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차 수사기관의 판단이 사실상 끝"이라며 "사건마다 자동으로 부여되던 수사통제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찰을 만나느냐'에서 사건의 명운이 거의 확정되는 구조는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에게도 극심한 고통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그동안의 검찰 보완수사마저 없애려는 것은 피해자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전건송치를 복원해 경찰의 불송치 전횡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며, 그 위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가 명백히 미진하거나, 객관적 증거 확보가 부족할 때, 시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피해자 이의신청이 제기된 사건일 때 등에 한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검찰을 '혼내도' 좋다. '혼낼' 필요도 있다. 하지만 '답정너'식일지 모를 검찰개혁은 몇 년 뒤, 아니 짧게는 몇 달 뒤 다시 해묵은 과제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이) 한쪽 방향으로 가면, 또 반대로 (그 요구가)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마치 정반합의 원리를 떠올린 것인지, 혹은 어쩌면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올 일만 남았을 거라는 식의 믿음에서인지, 그 말에 담긴 뜻을 캐묻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달 사이 민주당을 지켜보며, 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2025년의 검찰개혁이, 후회로 남지 않을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치열하고 진지하게 토론한 바탕 위에서 이뤄졌는가 하는 질문은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