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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억이나 싼값에 꿀꺽…"허점 노려" 1인 2역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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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물 경매 과정에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허위로 유치권을 신고한 브로커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유치권이 신고되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입찰을 꺼려 낙찰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노린 건데, 실제로 해당 건물은 감정가보다 8억 원가량 낮은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박재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 성남에 사는 A 씨는 2년 전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땅과 3층짜리 건물을 경매에 넘겼습니다.

감정가는 25억 9천만 원, 빚을 갚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한 건설사 명의로 '받지 못한 공사비가 있다'며 법원에 유치권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A 씨/허위 유치권 신고 피해자 : (감정가) 그 정도 되면 은행 빚 탕감하고 세입자들 다 가져갈 수 있겠다. 근데 이렇게 갑자기 유치권이 들어와 버린 거예요. 저희가 건축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전혀 (공사비 미납) 그런 게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유치권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매 참여자들은 응찰을 포기했고,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10월 감정가보다 8억 8천만 원이 낮은 17억 1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하지만 해당 유치권 내용은 거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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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브로커 정 모 씨가 낙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유령 회사 명의로 허위 유치권을 신고했던 겁니다.

[A 씨/허위 유치권 신고 피해자 : 유치권이 들어와 버리면 대출 자체가 안 돼요. 안 들어와요 사람들이. (입찰) 했다가도 나오죠. 너무 놀랐어요. 이게 뭐지 그러고.]

묻힐뻔한 범행은 정 씨의 '1인 2역' 정황이 포착되면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낙찰자의 경매 대리인과 유치권을 신고한 사람의 글씨체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 정 씨는 낙찰자 B 씨로부터 250만 원을 받고 2차례에 걸쳐 허위 유치권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씨는 경매 입찰 방해 등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고, 낙찰자 B 씨도 공범으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유치권을 신고하면 자동으로 법원 사이트에 접수 사실이 고지되는 점을 악용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강은현/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 : 신고만 하면 일단은 문서 접수가 공식적으로 법원 전산망에 기재가 되고. 이 법과 제도의 허점을 바로 허위 유치권자들이 악용하는 거죠.]

유치권을 신고할 때 공사 내역과 계약서 등 최소한의 증빙 서류를 갖추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제일·양현철, 영상편집 : 신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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