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케데헌' 광풍, '국뽕'을 넘어라…K-콘텐츠 가속페달 밟으려면 [스프]

[경제탈곡기]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2020년대 최대 흥행 애니메이션 '엔칸토' 배경이 어디였는지 기억나세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가운데 '엔칸토'라는 게 있었죠. 무대가 어딘지 아세요? 콜롬비아입니다. '엔칸토'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수록곡은 싱글 차트 1위를 했고 많은 곡들에 전 세계 아이들이 열광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콜롬비아 문화나 콜롬비아 팝에 대한 수요가 올라갔느냐? 아니거든요.

몇 년 전에 또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었어요. 마디그라라는 멕시코 전통 축제를 바탕으로 멕시코 문화가 녹아들어 간 작품이었는데 그걸 계기로 전 세계에서 멕시코 컬처 붐이 일었느냐? 아니거든요. 해당 IP '엔칸토'와 '코코'에 열광했을 뿐이에요. 그것들은 할리우드 자본으로 제작이 된 것이고요.

물론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포맷을 소재로 삼았고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현재 진행형인 문화이기 때문에 다르게 비교해야 될 수 있습니다만, 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면 '쿵푸팬더' 무대, 당연히 중국이죠. 중국 문화가 많이 녹아들어 가 있어요. 그런데 '쿵푸팬더' 역시 미국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고, '쿵푸팬더' 3편에 이르러서야 드림웍스가 중국의 합자 회사를 만들어서 오리엔탈 드림웍스라는 곳과 공동 제작을 하게 돼요. 결국 그것도 합자 회사였었고요.

당시 '쿵푸팬더'가 나왔을 때도 중국 사람들이 많이 열광을 했습니다. '우리 문화 디테일 깨알같이 재현했어' '맞아 맞아 우리 저렇게 하잖아' 이랬었는데 금세 다른 의견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중국 문화를 재현하면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과실은 뭐지?' 이런 얘기들이 나왔거든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일부 적용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문화적인 디테일이 잘 재현되어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런 재현들은 이 AI 시대에 너무 쉽게 할 수 있어요. 당장 챗GPT 켜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깨알 같은 디테일 알려줘' 거기에 몇 개 프롬프트 더 쓰면 '소파 밑에 앉아서 밥 먹고, 김밥 어떻게 먹고' 이런 거 금방 나오거든요.

광고 영역

그래서 그런 것들에 물론 소비자로서는 열광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과도하게 열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그런 것들을 빨리 체화하고 카피해서 현금화할 수 있는 시장이 미국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넷플릭스 독주 체제 가속화..."결국은 플랫폼 싸움입니다"

Q. 넷플릭스가 K-콘텐츠들을 밖에도 많이 뿌려주긴 하는데 독식을 많이 하면서 이제는 종속된 측면이 더 커지고 있지 않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것 같아요.

플랫폼이라는 장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우리나라에 훌륭한 만화가가 많고, 웹툰의 종주국이에요. 그렇지만 웹툰만으로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없어요. 소비 시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곳들이 플랫폼을 만들어서 플랫폼으로 진출했어요. 미주에 네이버 웹툰으로, 일본에 픽코마라는 플랫폼으로 진출했어요.

하이브도 발 빠르게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죠. 당시 방탄소년단이라는 큰 IP를 갖고 있지만 다변화돼야 하고, 차세대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잘 되고 있을 때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 플랫폼에 다른 기획사 아이돌도 들어오고 미국 가수도 들어오게 해서 구조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 이런 쪽으로 간 거거든요.

그러니까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는 과연 플랫폼이나 우리만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느냐.

"'케데헌'의 성공, '우리가 할 일' 다시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잘 되는 콘텐츠가 나왔을 때 남들이 올라타기 전에 본토에서 먼저 잘 올라타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단순히 소비자로서는 열광하고 즐기는 게 맞지만, 우려와 수정의 목소리를 많이 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좀, 이거 이상하던데요' 제가 느낀 것 중 하나는, 전통문화까지 잘 보여줬어요. 무녀라든지 까치호랑이라든지 일월오봉도라든지. 근데 국악이 진짜 안 들어가 있어요. 국악적인 요소가 아주 미세하게 들어가 있어요.

혼문이라는 세계관까지 만들려면, 민화가 나오면 민요도 나와야 되고 국악의 뿌리를 빠르게 훑더라도 보여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없어요. 현재 외국인이 봤을 때 케이팝의 반짝거리는 걸로만 빨리 넘어가 버렸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우리 자문을 좀 받으셔야 되겠는데요' 이런 의견들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적극적인 협업 또는 공동 투자, 더 나아가서는 네트워크나 플랫폼을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보다 더 고증이 잘 되고 더 스토리가 입체적이고 케이팝의 여러 가지 측면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잘 됐죠? 우리가 진짜를 만들어 왔어요'라고 해서 최소한 합작을 한다든지, 오히려 차제에 우리가 열광을 거두고 의견을 내야 될 일이 많아져야 될 것 같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스브스프리미엄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