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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해서 죽었는데…"양심에 떳떳한 선택"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자폭 강요를 영웅 서사로 둔갑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지휘관과 전투원들에 대한 대규모 국가표창수여식이 김정은 총비서 참석 하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 22일 보도했습니다. 국가표창수여식에는 파병됐던 북한군인들 가운데 일부와 전사자 유가족들이 참석했고, 단상에는 전사자들의 사진을 모은 '추모의 벽'도 마련됐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북한군의 공적을 칭송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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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표창수여식'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그런데, 김정은의 연설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군인들의 전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군인의 본령인 명령집행에서의 철저성도, 조국애와 전우애의 열도와 헌신성도 하나같았고 생의 최후와 직면한 시각에조차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도덕성도 하나같이 훌륭하였습니다."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생의 최후와 직면한 시각에조차, 즉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도덕성"을 보였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뜻일까요?

김정은 연설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언급이 나옵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빛나는 최후의 시각들에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을 맞이했고"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양심에 떳떳한 선택',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김정은의 다른 언급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신도 남길 수 없는 자폭의 길을 서슴없이 택하고 자기 지휘관에게로 날아오는 흉탄을 기꺼이 막아나선 사실은 나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축하공연 도중 나온 북한군 사망경위

북한은 국가표창수여식을 거행한 뒤 '4.25 문화회관'에서 파병 북한군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개최했는데, 공연 중간에 파병 북한군들의 전투장면을 담은 영상들을 편집해 내보냈습니다. 이 영상들 가운데는 전투 도중 숨진 북한군의 사망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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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공연 영상물을 통해 소개된 북한군 사망경위

# 김학철 (32살, 노동당원) - 적 무인기 타격에 쓰러진 자기를 구원하러 오는 전투원들에게 <중대의 전투임무를 수행해달라>고 웨치며(외치며) 자동보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아 장렬하게 전사

# 리광은 (22살, 청년동맹원) - 부상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탄에 쓰러지자 자폭을 결심하고 수류탄을 터쳤으나 왼쪽팔만 떨어져나가자 오른손으로 다시 수류탄을 들어 머리에 대고 영용하게 자폭

# 림홍남 (20살, 청년동맹원) - 통로개척임무를 받고 지뢰해제 진투를 벌리던 중 습격개시시간이 박두하자 지뢰원구역을 달리며 육탄으로 통로를 개척하고 장렬하게 전사

# 윤정혁 (20살, 청년동맹원), 우위혁 (19살, 청년동맹원) -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구출하던 중 중상을 당하여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

# 박충국 (18살, 청년동맹원) - 팔과 다리에 부상을 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의 화력에 의해 쓰러지자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수류탄을 터쳐 영용하게 자폭

# 조철원 소대장과 11명의 전투원들 - 6차에 걸치는 적의 반공격격퇴과정에 온몸에 심한 부상을 입고 총탄마저 떨어지자 무선대화기로 포사격을 호출한 다음 <위대한 나의 조국이여 번영하라!>고 웨치며(외치며) 전원자폭

- 북한이 밝힌 북한군 사망 사례, 조선중앙TV

부대원들을 위해, 혹은 포로로 잡힐 위기를 벗어나거나 임무 수행을 위해 북한군 병사들이 자폭을 선택했다는 주장입니다. 국정원이 지난 1월 국회 정보위가 개최한 비공개간담회에서, '북한군 전사자 소지 메모에서 북한 당국이 생포 이전에 자폭 자결을 강조하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자폭 강요를 영웅 서사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김정은은 이러한 자폭을 '양심에 떳떳한 선택',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이라고 치켜세우고 나섰습니다. 아직 러시아에 남아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또 앞으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위기에 처할 때에는 자폭하라는 강요를 사실상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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