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방명록 서명 안내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재명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과 같은 문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배경에는 지난달 이뤄진 관세 협상 내용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등을 두고 양측의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회담 결과물이 담길 문서의 문구를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명이나 공동언론발표문 등 형태의 합의된 문서는 나온 바 없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2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최근 한미 간 첫 정상회담에선 통상 공동성명이 나오곤 했습니다.
문서가 불발된 것은 결정적으로 지난달 30일 한미가 합의한 관세 협상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상회담 결과에 반영하는지를 두고 양측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3천500억 달러 규모로 발표된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가령 대출 보증과 같은 투자의 실제 이행 방식 등에 대해 정교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구체적 방안을 문안에 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미 측에서는 한국이 명확한 타임라인과 이행 규모·방식 등을 문서화하기를 원한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검토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한국 측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다는 관세 합의 내용을 이번에 문서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미 측이 거부했다고 전해집니다.
통상 분야뿐 아니라 이번 회담의 주요 관전 요소로 지목됐던 동맹 현대화 등 안보 분야에서도 조율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 합의 부분이 더 첨예한 이슈인 가운데 안보 부분도 이견이 없지 않았고, 한국이 원하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포함해 전반적인 양측의 이익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쉽사리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 측이 '숫자'를 많이 요구했던 것 같다"며 "미국이 3천500억 달러 가운데 조선으로 들어가는 1천500억 달러를 제외한 2천억 달러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를 어떻게 쓸 거냐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도 미 측이 한국의 국방비, 미국산 무기 구매 증액 명시를 원했으나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서 정상 간 회담에서 다루기보다 추후 실무 협의로 넘기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당국자는 이에 대해 "양측이 지금 서둘러서 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갖고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는 대미 투자 패키지 등 관세 협상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안보 분야 역시 추후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계기로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결과물 문서 없는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취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상과 마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회담 후 문서 형태 결과물을 내놓은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추후 행동반경 제약을 초래할 수 있는 문서에 얽매이기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서가 나올 경우 거기에 구속되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만큼 기존의 외교 문법이나 국제 질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맹에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는 문서가 없는 게 한국에 더 좋은 일이라는 평가도 제기됩니다.
다른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EU나 일본 이상의 좋은 협상 성과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EU 등의 대미 협상 동향을 살펴 일정한 기준선을 잡아둔 상태로 협상을 이어가는 게 현실적"이라며 "정상회담 문서가 없는 것이 전략적으로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