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외국 병원을 찾아 떠나고 있다. 한 학원에서 열린 NCLEX(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 설명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미국 간호사 면허를 따려는 한국 간호사는 2020년 198명에서 지난해 2,634명으로 13배나 급증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미국 뉴욕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주 3일 근무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연봉도 한국에 비해 4배 높다며 미국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의사의 보조 역할이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로 대우받고 업무도 분업화되어 있어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간호사 1명당 환자 수가 5명을 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16명의 환자를 담당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고 처우가 열악하다. 이런 이유로 경력 간호사들이 계속 해외로 떠날 경우 한국의 간호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는 우려했다.
워라밸과 기회 찾아 해외로용접사로 일하는 한 30대 청년은 워라밸이 있는 삶을 찾아 호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호주는 용접사를 기술 전문가로 대우해주고 급여도 한국보다 두 배 많다고 한다.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 내 스트레스도 낮다고 한다. 일본 IT 기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한국보다 연봉이 높지는 않지만, 경력이 없거나 스펙이 부족해도 취업 기회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경력을 쌓은 뒤 국내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떠나는 청년들…위태로운 한국 산업우리나라의 해외 취업은 1960년대 광부, 간호사들이 독일로 떠나며 시작됐다. 가난했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성장률 정체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위계적이고 후진적인 조직 문화, 그리고 기술 전문직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는 해외로 떠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취업난과 기술전문직에 대한 낮은 인식과 처우 문제를 짚어보고, 인력 유출을 막을 대안은 없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