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연금 깨운다…"'기금형' 모든 근로자에 전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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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400조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저수익·고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가입 문턱을 없애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입니다.

전문가 집단이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기금형 연금이 모든 근로자에게 확대되면, 잠자고 있던 국민의 노후 자산 증식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계약형'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운용을 지시하는 방식이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한 대다수 가입자에게는 사실상 '방치형 연금'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물가상승률도 못 좇아가는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적립금 규모에 따라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어 가입자들의 불만을 키워왔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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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들의 적립금을 한데 모아 기금을 만들고, 전문 운용기관이 체계적인 위험관리와 분산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5년 임기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정부는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특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을 확대 개편해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종사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퇴직연금 가입대상은 현재 30인 이하에서 내년 50인 이하, 2027년에는 100인 이하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대상을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종사자 등 모든 취업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수급권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효과는 이미 국내 유일의 기금형 모델인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통해 입증됐습니다.

2022년 출범한 푸른씨앗은 시장이 불안정했던 시기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8.28%의 손실을 기록했을 때도 2.45%의 플러스 수익률을 냈고, 2023년 6.97%, 2024년 6.52%, 올해 상반기에는 7.46%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학계에서도 기금형 도입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합니다.

최경진 경상국립대 교수는 "개인에게 운용을 맡기는 현행 계약형보다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기금형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며 푸른씨앗을 좋은 본보기로 제시했습니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 역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률 증대를 위해 기금형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효과가 입증된 기금형 퇴직연금이지만, 현재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가입 대상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며 변화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과 박민규 의원은 각각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가 기금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까지 누구나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기존의 계약형과 새로운 기금형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가입자에게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서비스 경쟁을 촉발해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고 상품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메기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잠자던 400조 퇴직연금 시장이 국민의 든든한 노후 버팀목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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