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9일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며 입장문을 읽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의 최근 피의자 조사에서 400건 가까운 질문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언론 브리핑 등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신속한 처분을 희망한다고 밝혀 왔으나 정작 대면 조사에서는 대부분 진술을 거부한 데 대해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일과 11일 이틀간 특검팀의 2·3차 소환 조사에서 당시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해 내린 지시와 사고 발생 이후 경위를 허위로 보고한 의혹 등에 대한 질문에 총 398차례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 거부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244회,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을 154회 반복했습니다.
양일간 신문에서 제시된 질문 562건 중 상당 부분에 답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여단장으로부터 수색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지도하거나 당부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가", "다수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어서 군 병력 안전에도 한치 소홀함이 없도록 주의했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등의 질문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다"고만 답했습니다.
현장 지도 당시 이용한 차량 등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답을 피하자 검사는 '기초적 사실에 대해서까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임 전 사단장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진술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진술 거부가 반복되자 검사는 "수사기관의 어떤 증거관계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출석을 한 것이냐. 부적절한 태도로 보이고 진술에 협조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그게 진술 강요로 느껴진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사는 또 임 전 사단장이 특검팀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가장 핵심적인 물증의 포렌식 절차를 사실상 고의로 방해하는 태도"라며 "상당히 불량하다고 평가될 소지가 높다"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측은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위축하고, 법상 의무가 없는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제출을 사실상 강요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 신문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한 데 대해 이미 앞서 수사 당국과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진술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는 오늘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질문이 아닌 다른 핵심적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했다"며 "나머지 부분은 해병대 수사단, 경북경찰청 조사, 대구지방검찰청 조사, 국회 청문회와 국감에서 수도 없이 같은 질문에 답변했기에 이번에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진술거부권의 횟수를 세지 말고 질문과 답변 행간의 의미와 여러 가지를 잘 살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도의적 책임을 제가 통감하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또 채상병과 부모님께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구별돼야 하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는 만큼 당사자를 추가로 조사하기보다는 수색 작전에 참여했던 사단 휘하 지휘관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2월 예편한 상태입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구명 로비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