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재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5 배드민턴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김원호와 서승재(이상 삼성생명)의 가장 큰 무기는 '서로의 존재'입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오늘(1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둘은 서로를 향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승재는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자신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딴 김원호의 '기운'을 믿습니다.
당시 정나은(화순군청)과 한 팀을 이뤘던 김원호는 준결승에서 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짝을 이룬 서승재와 혈투를 벌였습니다.
김원호는 3게임 도중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고 검은 봉지에 구토도 하는 투혼을 펼친 끝에 서승재를 꺾었습니다.
서승재는 "당시엔 져서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를 인정한다"며 "원호와는 세계선수권에 처음으로 같이 나가는데, 농담으로 네가 파리에서는 더 잘했으니 나를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하자고 했다"며 웃었습니다.
그러자 김원호는 직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복식, 혼합 복식 2관왕을 차지한 서승재의 경력을 치켜세웠습니다.
김원호는 "그땐 적이었지만, 이젠 동료가 돼서 든든하다"며 "형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으니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다"며 믿음을 보였습니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지난달 22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남자 복식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1월, 7년 만에 다시 복식 조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단 7개월 만에 이룬 눈부신 성과입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3개의 슈퍼 1000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에만 5차례 우승을 합작했습니다.
올해 마지막 1000시리즈였던 중국오픈에서는 8강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렸지만 세계선수권 정상을 위한 보약으로 삼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박주봉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서승재가 파트너가 바뀌긴 했지만 2연패에 대한 꿈을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남자 복식을 제패하는 길이 절대 쉽지만은 않다고 봤습니다.
박 감독은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인도네시아나 중국과의 격차가 아직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며 "남자 복식은 절대적으로 전위 싸움이 강하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대표팀엔 세계선수권 모자(母子)·모녀(母女) 메달리스트 타이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김원호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1995 로잔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입니다.
이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모자 메달리스트를 이룬 김원호는 "모자 타이틀을 얻는 건 영광스럽다"며 세계선수권 메달 역시 대를 이어 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만 "여기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김원호는 "엄마는 큰 대회 전에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부상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항상 하신다"고 전했습니다.
김혜정(삼성생명)의 어머니는 세계선수권에서만 동메달 3개를 획득한 정소영 성심여고 코치입니다.
정 코치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김혜정은 "요즘 어머니가 시합을 앞두고 메시지를 많이 보내더라. 기대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며 "어머니한테 타이틀 하나를 만들어드리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여자 복식 간판 이소희와 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도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소희는 "전영오픈과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우승한 적이 있지만,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아직 없다"며 "이번에 하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하나는 "아직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다 보니 반드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라며 "시즌 초보다 호흡이 더 잘 맞아가는 것 같다.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2025 배드민턴 세계개인선수권대회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립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