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 전·월세 가구가 1천만 가구에 육박했고,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울은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2년 연속 상승했습니다.
서울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가구 소득과 자산은 더디게 늘어나면서 내 집 마련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 가구는 961만 8천여 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보다 7만 7천 가구 늘어난 수치로, 전체 가구의 43.6%에 해당합니다.
무주택 가구는 구성원 누구도 집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로, 자가 주택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경우를 뜻합니다.
무주택 가구는 2020년 처음 900만 가구를 넘어선 뒤 2년 만에 950만 가구를 돌파했습니다.
집값 상승과 함께 청년·고령층 1인 가구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무주택 가구가 506만여 가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경기 지역이 238만여 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214만여 가구로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의 무주택 가구 증가세는 특히 두드러집니다.
2023년 서울 무주택 가구는 전체의 51.7%로, 전국에서 절반을 넘는 곳은 서울이 유일했습니다.
서울의 무주택 가구 비율은 2021년 51.2%, 2022년 51.4%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연속 올랐습니다.
다른 16개 시도는 모두 50%를 밑돌았고, 지난해 비율이 오른 곳은 울산과 강원 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무주택 비율이 집값 격차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서울은 ‘강남 불패론’ 속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꾸준히 뛰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집값은 16.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1.7% 떨어졌습니다.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집값은 419% 넘게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는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집을 가장 많이 산 상위 1천 명이 매입한 주택이 4만 4천여 채, 1인당 44채 꼴이었습니다.
그러나 가구 소득과 자산 증가 속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주택구입물량지수는 3.0으로, 2012년 32.5에서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끼더라도 살 수 있는 아파트 비율이 2012년에는 3채 중 1채였지만, 2022년에는 100채 중 3채로 급감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의 무주택 가구 증가는 올해도 이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난 6월 서울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의 높은 집값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값과 대출 규제에 가로막힌 서민들이 전·월세로 밀리면서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의 수익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전국 1인당 임대소득은 1천774만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서울은 2천408만 원에서 2천456만 원으로 2% 늘어나며 증가폭이 컸습니다.
1인당 임대소득이 2천만 원을 넘는 지역은 서울이 유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