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현대미술 거장 마크 브래드포드가 한국에 왔습니다. 압도적인 시각적 체험과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사회적 추상화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크 브래드포드: 계속 걸어라 / 내년 1월 25일까지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50평 규모의 전시장 바닥이 종이와 찢어진 캔버스, 노끈으로 뒤덮였습니다.
작업실 주변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와 광고 포스터, 신문지 등을 모아 붙인 겁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걸으며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작가 : 작품에서 캔버스라는 틀을 제거하고 관객들이 그림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함으로써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그건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미용실에 본 파마용 반투명 종이 엔드페이퍼를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가장자리를 태운 엔드페이퍼는 미용실에서 소통하고 교류했던 흑인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서로 다른 크기로 불에 탄 채 매달려 있는 지구 8개는 불평등과 생태위기 속에 같은 행성에 살면서도 같은 세계를 공유하지는 않는 현실을 대변합니다.
지난 2005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모티브로 한 신작도 공개됐습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소외된 흑인이 많은 지역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인종과 계층, 불평등에 대한 통찰로 '사회적 추상화'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마크 브래드포드/작가 : 무언가 전체적인 것을 묘사하기보다는 특정한 것들을 가리킵니다. 말하자면 사회적 기억을 담고 있는 추상 미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윤지은/아모레퍼시픽미술관 큐레이터 : 회화의 형식적 경계를 확장하고 추상의 사회적 잠재력을 탐구해 온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업을 통해 예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깊이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회화를 '보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공간적인 관계를 통해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