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슬로베니아가 조력사망을 합법화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더 이상 치료법이 없을 때라고 조건을 붙였는데 말기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이 아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길을 열어준 겁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약물을 처방받지만 의료진의 도움은 받을 수 없고, 정신질환자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보아냐 베오비치/슬로베니아 의사협회장 : 조력사망법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 때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상 적극적 안락사로 간주되는 조력사망은 전 세계에서 뜨거운 윤리적 논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소수의 유럽 국가와 호주와 캐나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58%가 가톨릭 신자인 슬로베니아에서 조력사망을 허용한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안드레이 플레테르스키/조력사망법 공동 발의 :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의료는 매우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효과적으로 제공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조력사망법이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조력사망법은 지난해 국민투표로 찬성 여론을 확인하고 지난달 상하원 표결을 거쳐 최종 통과됐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환자 독살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는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며 다음 달부터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예고했습니다.
(취재 : 김경희, 영상편집 : 김종태,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