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을 놓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영업 부진으로 여천NCC 제3공장이 가동을 멈춘 지난 8일, 50대 50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의 비공개회의 발언 자료가 노출되며 두 그룹의 갈등은 표면화됐습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중국 때문에 여천NCC가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며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는 내용입니다.
'무책임', '모럴 헤저드'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이 자료의 출처로 한화를 지목한 DL은, 여천NCC를 살리겠다는 한화가 오히려 저가로 제품을 공급받아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반박했습니다.
[DL그룹 관계자 : 진정성 있게 오너가 참석하면서 (회의를) 진행한 것인데, 특정 표현을 발췌하여 언론플레이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화와 DL그룹은 여천NCC가 생산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각각 공급받아 왔는데, 서로 다른 납품 단가와 여천NCC 자구책을 놓고 갈등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었던 여천NCC는, 최근 3년 누적 적자가 8천200억 원에 달합니다.
경기 침체에 중국산 저가 공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3년 뒤엔 석유화학 업체의 절반만 살아남을 거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기업 간 이례적인 상호 비방전은 석유화학 업계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DL케미칼이 추자 자금 지원 용도로 쓸 수 있는 2천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결정하면서 여천NCC 부도설은 일단 수그러들 전망입니다.
[한화그룹 관계자 : 신속한 자금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천NCC의 조속한 정상화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납품 단가를 두고 상호 비난전이 여전하고, 이 문제가 해결돼야,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DL 측 입장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