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알래스카서 '제2의 포츠담 회담'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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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마치 80년 전 포츠담 회담처럼 강대국들이 다른 나라들의 영토 분할을 흥정하는 자리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독재자와 함께 앉아 유럽의 영토 분할을 논의한 가장 최근 사례가 80년 전 포츠담 회담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츠담 회담은 1945년 7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연합군 중 소련군의 점령 지역이던 독일의 포츠담에서 열렸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럽에서는 끝났고, 태평양 지역에서는 막바지로 치닫던 때였습니다.

회담 개막 당시에는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그리고 처칠 영국 총리가 참가했다가, 회담 도중 영국 총선 결과가 확정되면서 처칠이 새 총리인 애틀리로 교체됐습니다.

포츠담 회담에서 유럽 대륙 국가들의 영토 분할과 '세력권'이 결정됐으며 그 결과 소련은 동유럽의 거대한 땅덩어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대륙 국가들은 협상의 객체로 전락했으며 이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담인데도 이들 국가의 대표들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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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래프는 이와 비슷한 일이 미러 정상이 만나는 이번 주 알래스카에서 일어날 예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알래스카로 초청하는 방안은 우크라이나 측과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자신의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침을 확고히 추진해 왔는데, 종전 협상을 위해 영토 교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정전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주가 되어서야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인도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영토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줌으로써 침략자에게 보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지도자(푸틴)는 그 결과에 대해 80년 전 스탈린이 그랬던 것만큼이나 기뻐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알래스카 정상회담 개최 계획이 알려지자 러시아 내 평론가들과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큰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국가지도자가 뉴욕 소재 유엔 본부를 제외한 미국 영토에 초대받은 것은 2007년 여름 푸틴 대통령이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초대로 방미한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나 우크라이나 측에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은 상태로 정상회담에 초청됐습니다.

일부 러시아 인사들은 회담 장소가 지금은 미국의 영토이지만, 원래 러시아령이었던 알래스카라는 점에도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부펀드의 최고경영자(CEO)이며 푸틴의 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SNS에 "알래스카는 '러시아령 아메리카'로 태어났으며 정교회라는 뿌리와 요새들과 모피 무역이라는 유대관계를 반영한다"며 "알래스카로 인해 미국은 북극권 국가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1867년에 러시아로부터 당시 720만 달러를 주고 알래스카를 사들였으며, 이는 에이커당 약 2센트에 해당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전 대사는 "트럼프는 옛 러시아 제국령에 푸틴을 초청했다"고 지적하면서 "알래스카를 잃은 것은 우크라이나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에게 부당한 거래였으며 바로잡아야 한다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을 트럼프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의 무장 제한, 친러시아 성향 정권 수립, 나토 가입 금지 등 요구사항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전쟁의 일부'로 회담을 벌이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 부소장은 러시아가 일단 일시 휴전을 통해 점령지를 인정받음으로써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에 대해 더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것이라고 신문에 설명했습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대립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푸틴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리는 없다고 트럼프가 판단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려는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크렘린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크렘린 입장에서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우크라이나가 최종적으로 무너질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더 쉽다"며 러시아 측이 영구적 종전이 아닌 일시 휴전을 원하는 것은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열려 정권교체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친크렘린 성향의 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 군대는 단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구체적이고 즉각적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와 소통을 유지하고 주의를 묶어두는 것이 목표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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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은 지금 당장 전쟁을 접을 유인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주의를 붙잡아두는 것"이라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소속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의 설명을 전했습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러시아 정치 담당 교수인 샘 그린은 신문에 푸틴의 알래스카 초청이나 유럽. 우크라이나 측의 회담 배제 등을 지적하며 "이런 모든 점들이 (푸틴에게)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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