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후회하며 살게 하라"…잇따르는 '테러 협박'에 "강력 처벌"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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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돼 특공대가 수색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8월 10일)

# 게임사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 본사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글을 게시한 남성이 검거됐다. (8월 8일)

# 학생들에게 '황산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팩스를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8월 7일)

# 부산 112에 "하단 수영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100여 명이 대피했다. (8월 7일)

# 서울 한복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올라와 4천여 명이 대피했다. 이어 그에 동조해 비슷한 내용의 폭파 협박글이 재차 올라와 경찰의 폭발물 수색이 진행됐다. (8월 5일·6일)

#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 사제 폭탄이 설치됐다. 경찰 폭발물처리반(EOD)은 14개의 통에 총 34리터(L)의 신나가 들어있는 시한폭탄을 찾아내 제거했다. (7월 20일)

# 부산 112에 "부산 모 병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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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수색하고 있다.

영화가 아닙니다.

지난 한 달 사이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종교 갈등이나 분쟁이 벌어지는 해외에서나 일어나는 테러·테러 위협이 2025년 한국에서 잇따른 것에 경악 속 강력 처벌의 목소리가 비등합니다.

직장인 윤 모(25) 씨는 오늘(11일)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진 지 꽤 됐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놀랐다"며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가 다행이지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기막혀했습니다.

스레드에는 "갑자기 왜 이렇게 테러하겠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지"(이용자 'ber***'), "멀쩡히 다니는 사람들 겁나게 무슨 짓거리람"('sel***'),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hel***'), "미치겠다. 완전 소름이다"('gwi***')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과거에도 허위 신고·협박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수위가 높아지며 더는 장난이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준이 아니게 됐습니다.

이제는 '테러'라는 끔찍한 단어가 종종 언급됩니다.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입니다.

앞서 2011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이, 2015년 '대통령 사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이 벌어졌습니다.

2017년에는 삼성생명 서초사옥에 폭발물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허위 협박 속 2017년 6월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이 사제 폭발물을 보내 지도교수를 실제로 다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60대 남성이 서울의 아파트 자택에 타이머가 설치된 사제폭탄을 설치한 것을 경찰이 발견해 제거하는 아찔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26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쉬리'(1999)는 남북 갈등을 배경으로 서울 도심 다중시설 테러 위협을 다뤘습니다.

이후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 '데시벨'(2022). '비상선언'(2022)과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등 한국에서 각종 테러가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영화적 상상력'으로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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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테러 위협이 지난 한 달간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삼키는 '현실'이 됐습니다.

불안감과 공포감을 안기는 동시에 심각한 공권력·세금 낭비를 야기했습니다.

지난 7일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오후 1시 43분 학생들에게 황산 테러를 하겠다'는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특공대와 일선 경찰서 초동대응팀은 지원 태세를 유지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올해 1월 같은 명의로 법원과 검찰, 학교 등 국내 주요 시설에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협박한 유사 사건 38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경찰특공대 등 240여 명이 투입돼 1시간 30분가량 폭발물을 수색했습니다.

테러 위협을 한 용의자가 특정 백화점을 지정하지 않아 전국 13개 신세계백화점 지점에서 경찰 수색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일단 테러 신고가 접수되면 수많은 경찰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정말 필요할 때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입니다.

10일 폭발 위협으로 KSPO돔에서 공연 예정이던 그룹 더보이즈는 공연 시작을 오후 4시에서 6시로 2시간 미뤄야 했고 관객 등 2천 명도 대피했습니다.

경찰은 기동순찰대와 경찰특공대 등 57명을 투입해 1시간가량 경기장 곳곳을 수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허위 테러 협박이 사회적 불안정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공정식 경기대 심리융합응용학과 교수는 "허위 테러 협박은 관심이나 주목을 끌기 위한 경우가 다수"라며 "사회적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함혜현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사회에 대한 불만, 적개심, 분노를 표출할 창구가 사라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인터넷에 몰입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연령화, 사이버 공간에서의 죄의식 결여 등 복합적인 사회 병리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함 교수는 "최근 범죄가 전반적으로 저연령화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영화나 게임 속 장면을 그대로 학습해,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라도 협박의 고의성과 사회적 위험성이 명확하다면 엄정한 판결이 필요하다"며 "촉법소년이라도 일정한 기준 아래 형법상 공중협박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방범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함 교수는 "이런 유형의 범죄는 과거 한국 사회에서 흔하지 않았지만, 최근 특정 시기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모방범죄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습니다.

시민들은 불안과 분노를 토로하며 범인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제발 테러 예고 장난이든 아니든 잡아서 최고형으로 때려 본보기 삼아 주세요! 어디서 테러를…"(네이버 아이디 'myt…')·"진짜 제대로 처벌해서 다시는 저런 장난 못치게 본보기로 보여야한다"('yuk***')·"손해배상 청구는 당연하고 경찰, 소방 투입된 비용도 모두 청구해야 한다"(유튜브 이용자 '천개***')·"강력한 금융치료와 격리치료로 평생 후회하며 살게 해 줘라"('yu***') 등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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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오 모(22) 씨는 "자꾸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말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인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 테러 협박은 지난 3월 시행된 '공중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승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형법상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처벌이 가능했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파·살해 예고는 처벌이 어려웠다"며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대한 협박을 제재하기 위해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감을 조성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위협 행위 없이 단순 허위 글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데, 허위 사실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는 2023년 7월 서울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상대로 4천37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현재 심리 중입니다.

함 교수는 "테러가 언제 일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법 강화 등 엄정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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