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2016년 여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가족. 이들은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길 처지에 놓여 충격에 빠졌다.
부동산 사기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게 된 사건, 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 달 전 이곳에서는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들과 외식을 마치고 온 남편이 돌연 사망한 것. 50대 남성 동수 씨는 두세 시간 뒤에 깨워달라며 잠을 청했지만 이후 영영 깨어날 수 없었다.
별다른 증후가 없던 동수 씨의 사인은 미상. 이에 경찰은 아내에게 부검을 권유했다. 하지만 아내는 부검을 거부했고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부검이 진행됐다.
부검 결과 동수 씨는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의 급성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동수 씨. 그런데 부검의는 "이러한 소견은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추후 약 독물 검사를 시행하여야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있다"라며 중요한 소견을 덧붙였다.
이에 진행된 독극물 검사. 검사를 통해 동수 씨에게는 다량의 수면제와 알코올, 그리고 치사량의 니코틴이 검출되었다. 만약 니코틴에 의해 사망했다면 국내 최초 니코틴 살인 사건이 되는 것.
흡연을 전혀 하지 않았던 동수 씨. 이에 경찰은 니코틴이 직접 투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집에서 딸과 아내만 있던 집에서 사망한 동수 씨. 이에 경찰은 그의 아내를 수상하게 여겼다.
특히 아내의 여러 수상한 행적이 경찰들의 눈길을 끌었다. 동수 씨의 아내는 남편이 사망했는데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것이 아닌 가장 먼저 상조 회사에 연락을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2010년에 처음 만난 두 사람. 싱글이던 동수 씨는 딸이 둘 있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딸들을 친아빠처럼 챙겼다.
회사가 천안에 있던 동수 씨는 집인 남양주에 주말마다 오며 아내와 주말부부로 살았다. 그런데 그는 집에 다녀올 때마다 20년 지기 동료에게 하소연을 했다고. 집에 갈 때마다 아내는 동수 씨에게 돈을 요구하며 늘 돈 이야기만 했다는 것.
월급이 약 300만 원이던 동수 씨는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주고 자신은 항상 검소하게 살았다고. 이에 남양주와 천안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소유해 당시 약 8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의 아내는 남편의 혼인신고 요청을 늘 거부하며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정을 유지했던 동수 씨. 그는 어머니를 여의고 외로움에 따뜻한 가족을 늘 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동료들에게 동수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장례조차 치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의심을 더했다.
동수 씨의 아내 송 씨는 동수 씨가 사망한 3일 뒤 부검을 의뢰했고 부검을 진행한 당일 그의 회사에 연락을 해서 퇴직금을 문의하고 바로 화장을 진행해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에 경찰은 아내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보고 행적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아내에게서 니코틴에 대한 구매 흔적은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특히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의 경우 국내에 자료가 거의 없어 경찰은 너무나 힘들어했다고.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동수 씨 아내의 소름 끼치는 행적들이 포착되었다. 4월 22일 동수 씨가 사망하고 29일 사망신고, 5월 3일 남편과 살던 아파트의 가구 등 집기들을 폐기하는 등 보름도 안 돼서 남편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이후 5월 9일, 동수 씨 명의의 자동차 명의를 이전하고 예금 해지 후 2억 2천만 원을 수령했다. 그리고 10일 동수 씨 소유의 아파트 소유권을 자신 앞으로 이전하고 11일 보험해지 후 환급금 수령, 12일 사망 보험금 청구, 18일 아파트 매각까지 모든 일을 동수 씨가 사망하고 한 달이 안 된 시간 내에 진행했다.
그리고 5월 10일에는 동수 씨의 회사를 찾아가 남편의 퇴직금까지 신청했다.
이에 경찰은 회사를 찾아가 아내 송 씨의 행적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퇴직금 신청 당시 송 씨가 불상의 남자와 함께 동행한 것이 포착되었다.
아내 송 씨와 함께한 남성은 송 씨와 내연관계의 황 씨. 그는 송 씨가 남양주에 따로 임대한 다른 아파트에서 송 씨와 함께 머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 했다. 이에 주민들은 송 씨와 황 씨가 부부라고 오해까지 했다고.
경찰은 황 씨가 공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촌각을 곤두세우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황 씨의 행적에서 특이점들을 몇 가지 포착했다.
송 씨에게 상조 회사 번호를 준 것은 황 씨였으며 동수 씨 아파트의 가구 등 폐기물을 처리한 것도 황 씨였다.
그리고 송 씨는 동수 씨의 예금을 해지해 수령한 돈 중 1억 5백만 원을 황 씨에게 송금했는데 이후 동일한 금액으로 황 씨의 대출금이 변제되었다.
이후 경찰은 황 씨 아버지 계좌 내역 중 1만 8천 원이 송금된 것을 포착했다. 그리고 황 씨의 통화 내역 중 수상한 유선전화 통화 내역을 수상하게 여겼다.
경찰은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황 씨가 통화한 상대를 알아냈다. 통화를 한 곳은 바로 인천 세관이었다. 그리고 퓨어 니코틴을 구입했을 때 청구된 세액이 1만 8천 원이었던 것.
운송장 확인 결과, 니코틴 원액은 황 씨 아버지 이름으로 주문되었고 송 씨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를 수령한 것은 황 씨였고 이를 수령한 것은 동수 씨가 사망하기 일주인 전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2015년 12월부터 수차례 수면제 졸피뎀을 처방받은 송 씨의 행적을 포착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황 씨는 살인에 관한 방법들을 검색하고 소유권 이전 등에 대해 알아보고 상조 회사를 알아보는 등 해당 사건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행적이 드러났다.
특히 4월 10일 니코틴 구매 방법을 검색하고 12일에 구매, 15일에 배송받고 1주일이 채 안 된 4월 22일 동수 씨는 사망했다. 송 씨와 황 씨는 무려 5개월가량 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했던 것.
또한 수사를 통해 동수 씨가 사망하기 2개월 전 혼인신고를 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사실혼 기간 중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이 불가한 점을 알고 미리 송 씨가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 추측되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차례 동수 씨의 혼인신고 제안을 거절했던 송 씨. 그러나 어느 날부터 혼인신고를 요구했던 것. 이에 동수 씨는 자신이 원할 때 이를 허락하지 않았던 송 씨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해 혼인신고를 보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혼인신고서를 동수 씨와 함께 작성했다고 주장한 송 씨. 하지만 혼인신고서에서 동수 씨 필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송 씨가 황 씨와 함께 작성해 제출해 동수 씨의 유일한 상속인이 된 것이었다.
집 안에서 니코틴에 의한 사망, 이에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것을 불가능한 상황. 경찰은 재판부가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도록 모든 간접 증거를 모았다.
이후 경찰은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송 씨에게 체포 영장을 갖고 가서 체포했다. 체포된 송 씨는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황 씨와 작당모의를 했다.
그리고 경찰은 곧바로 진행한 압수 수색을 통해 2억 원 상당의 중국 화폐와 동수 씨와의 결혼반지를 챙긴 것을 발견했다.
또한 당시 필리핀에 나가있다가 송 씨의 입막음을 위해 귀국한 황 씨도 해당 사건의 공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온갖 거짓말을 하며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서도 두 사람은 화상 자국이나 구토 흔적이 없으며 니코틴을 투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검찰은 법의학자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법의학자는 실험과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니코틴을 직접 투여해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법의학자는 다량의 수면제가 같이 검출된 것을 두고 "수면제를 먼저 먹인다면 이후 니코틴을 직접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또한 다량의 니코틴을 직접 투여해 구역질이 나오기도 전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피고인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한 없이 당당했던 두 사람은 검찰 송치 당시에도 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두 사람에게 재판부는 "니코틴 살인"을 인정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와 상고에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않은 것만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남긴 재판부.
해당 사건 이후 2017년 니코틴 안전기준이 강화되었다. 이에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니코틴은 농도 1% 미만의 액상뿐으로 제안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구매 문제가 발생해 철저한 단속이 필요했다.
국내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 이 사건은 끝이 났지만 사건 후 새롭게 시작된 문제가 있었다.
허위 혼인신고로 인해 송 씨의 상속권이 박탈되며 그에게서 아파트를 산 매수인은 해당 건물을 새로운 상속인에게 돌려줘야만 했던 것. 그리고 아파트를 매수하는데 지불한 돈은 송 씨에게서 받아내야만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이날 리스너로 참여한 아스트로의 산하는 "동수 씨가 사망한 날짜를 듣고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비슷한 시기에 보낸 적이 있는데 동수 씨의 남겨진 동료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알 수 있었다"라며 "지금은 그대로 그곳에서는 이루고 싶어 하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동수 씨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이 또한 그곳에서는 편하게 쉴 수 있기를 빌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