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왔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그 영향인걸까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들 가운데서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메타'가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해외 빅테크 뉴스를 살펴보면 메타 소식이 가득합니다. 메타가 오픈AI에서 인재를 영입했더라, 이번엔 애플에서 핵심 인재가 메타로 갔더라... 이런 소식이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메타가 왜 이렇게 돈을 쏟아부으면서 AI 인재들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인지, 또 마크 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의 미래는 무엇인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I 기업으로 탈바꿈한 메타... 주가는 쾌속 상승
SNS 하면 곧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곧 SNS였던 시절이 있었죠. 2010년대는 누가 뭐라 해도 전 세계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즐기는, 그야말로 페이스북의 시대였습니다.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마크 저커버그가 어떻게 페이스북을 창업했는지 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흥행할 정도로 페이스북은 시대를 풍미했었죠.
하지만 2010년대 말부터 그 흐름은 다른 SNS에게 빼앗겨버렸어요. 일단 젊은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이탈했고 숏폼을 무기로 등장한 틱톡이 신흥 강자로 무섭게 떠올랐죠. 유튜브의 성장도 영향을 주었고요. 물론 2012년에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되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감소는 풀어야 할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커버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메타버스'였습니다. SNS 기반의 페이스북은 소셜 플랫폼 기업이다 보니 광고 수익이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서 페이스북은 어떤 특별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한 게 아니었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도 페이스북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려 노력했는데, 그 선택이 바로 메타버스였습니다. 지난 2021년 페이스북의 컨퍼런스에서 저커버그는 90분간 메타버스 이야기만 쉬지않고 할 정도였죠.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도 출범시키고 회사 이름도 메타로 바꾸었죠. 메타는 메타버스를 필두로 가상현실, AI 등 차세대 신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폭망이었습니다.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죠.
그러다가 2022년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챗GPT 3.5가 등장한 거죠. 저커버그는 2023년을 효율성의 해로 선언하고,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에 나섭니다. 돈 먹는 하마 메타버스 파트의 인력은 줄이고 그 대신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죠.
2023년 메타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7번만 언급했고, 대신 AI를 28번이나 말할 정도였어요. 단순히 말로만 그친 게 아니라 결과물도 내놓았습니다. 2023년 2월에 메타의 LLM인 Llama를 공개한 거죠. Llama가 완벽한 오픈 소스 모델이라고 할 순 없지만 빅테크가 자신들이 만든 모델을 일반 대중들이 쓸 수 있게 공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모델을 공개하면서 메타는 오픈소스 진영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죠.
AI 기업으로 탈바꿈한 메타는 AI 붐에 힘입어 쭉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로 살펴보시죠.
2023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대표 빅테크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주가 흐름입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메타의 성장세도 엄청나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성장세를 주도해 온 이 7개 기업들은 한 몸처럼 움직여 왔는데 올해엔 조금씩 흐름이 나뉘고 있습니다.
먼저 하락 그룹입니다. 2025년 초와 비교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은 애플, 구글, 테슬라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다가 일론 머스크 개인 이슈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은 AI에 제대로 대응 못하면서 연초 대비 13.4%나 하락했죠. 구글은 가지고 있는 AI 기술력 대비 저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구글 크롬 반독점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어요.
반면 엔비디아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릅니다. 4월에 있었던 트럼프의 관세전쟁 난장판에도 불구하고, 세 기업들은 20% 가까이 성장했어요.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갖추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사 클라우드에 AI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메타 역시 메타의 SNS 플랫폼 광고에 AI를 적용하면서 연초 대비 17.5%나 성장했죠.
AI 퍼스트 외쳤지만, 성적표는 낙제점?
메타의 AI 투자는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2025년 한 해에만 650억 달러를 투자해서 AI 인프라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자본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하이페리온 이렇게 2개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는데 하이페리온 같은 경우엔 뉴욕 맨해튼 크기만 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연내에는 엔비디아 GPU 130만 개 구입해서 1G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구축할 계획이고요.
인프라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내부 R&D 투자도 크게 늘렸습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빅테크 7개 기업의 R&D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메타는 438억 7,300만 달러를 투자해 아마존, 구글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3위도 낮은 건 아니지만 주목할만한 건 총 이익 대비 R&D 비율입니다. 메타는 총이익의 32.7%를 R&D에 투자했는데 7개 기업 중에 1위이고, 유일하게 30%를 넘겼어요.
그런데 문제는 올해 받아 든 AI 성적표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짤이 돌 정도로 올해 발표한 라마4의 성능이 좋지 못합니다. 메타는 라마, 라마2, 라마3를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성능 상승을 이끌어냈어요. 특히 라마3는 다른 폐쇄형 AI 모델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오픈소스 모델의 저력을 보여주었죠.
문제는 이 라마4입니다. 라마4는 개발 초창기부터 말이 많았어요. 생각보다 개발 속도가 더디고, 성능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딥시크의 뛰어난 성능이 공개되면서 메타 내부에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죠.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에 출시된 라마4. 이 모델을 메타는 LLM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LM 아레나에 공개했는데요, 처음 받아 든 성적표는 전체 2등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어요. 이 경연장에 공개된 모델이랑, 실제 개발자들이 내려받아 사용하는 모델이 다르다는 거죠. 마치 자동차 연비 테스트에는 튜닝된 차량으로 성적표를 받고,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차량은 그에 미치지 못한 걸 내놓은 거 아니냐며 비판이 거셌습니다.
게다가 메타가 내부적으로 벤치마크 성능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었어요. 논란이 확산되자 메타의 생성형 AI 총괄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여론을 잠재우려 노력했고요. 튜닝되지 않은, 실제 이용자에게 제공한 모델로 성적표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라마4의 점수를 보면 50.5점과 43.0점. 주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오픈AI, xAI, 구글, 앤트로픽에 크게 밀리는 모습이죠. 중국의 딥시크, 미니맥스, 알리바바의 큐원은 물론 대한민국의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솔라 프로2 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인재에서 돌파구 찾는 메타... AI 리더에 97년생 앉혔다
성적표를 받아 든 저커버그는 이대로 가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립니다. 그 해결책은 바로 인재였죠.
좋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일단 모델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가 있을 거고요. 모델을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뛰어난 인재가 필수적이죠.
메타는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주 공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의 기술 뉴스를 살펴보면 메타의 인재 채용 소식이 가득할 정도였어요. 메타는 구글 딥마인드, xAI, 앤트로픽 등 출신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사람들은 다 영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픈AI 인재들을 유독 많이 스카우트하고 있는데 최근 샘 올트먼 인터뷰를 보면 많이 화가 난 모양이더라고요.
1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380억 원입니다. 엄청난 금액이죠? 들리는 소문으로는 인재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메타가 4년간 10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오픈AI의 o1 모델이 한글 암호도 해독할 수 있다는 영상에 나왔던 정형원 박사를 포함해 o1 모델 개발의 핵심 인력들이 메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애플은 이직한 인원의 규모는 적지만 타격이 심각한데요, 애플의 AI의 총책임자였던 루밍 팡이 전격적으로 메타행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인재 채용이 단순히 '쩐'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닙니다. 메타가 자랑하는 건 돈뿐만이 아니거든요. 바로 컴퓨팅 능력입니다.
오픈AI, 앤트로픽, xAI 등 유명한 AI 기업들도 GPU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GPU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은 기업 내에 넘쳐나는데 기업이 확보한 GPU는 부족하다 보니 원하는 연구를 못하는 연구진들이 많은 거죠. 그 틈을 메타가 노린 겁니다. 왜냐하면 메타는 꾸준히 GPU를 모아서 주요 기업들 가운데 GPU 물량이 가장 많거든요.
기업들이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한 데이터입니다. H100 GPU도 메타가 갖고 있는 물량이 35만 개로 가장 많고요. A100 GPU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엔지니어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거죠. "메타로 오면 이전 직장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모델 돌릴 수 있어"라고 말이죠.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건 메타가 스케일AI에 투자했다는 겁니다. 스케일AI는 지난 2016년에 창업한 데이터 라벨링 기업인데요. 데이터 라벨링은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에 의미 있는 태그나 분류를 추가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메타는 이 기업에 무려 143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1997년생인 알렉산더 왕은 MIT 대학생 시절에 이 스케일AI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샘 올트먼, 피터 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학교는 중퇴를 하고요. 마치 하버드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마크 저커버그처럼 말이죠. 2019년 유니콘 기업 등극을 거쳐 2021년에 알렉산더 왕은 역대 최연소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에 등극합니다. 그리고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메타로 영입된 알렉산더 왕은 메타의 AI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죠.
알렉산더 왕이라는 뛰어난 인재를 영입한 것도 중요하지만 스케일AI가 데이터 라벨링 기업이라는 것이 어쩌면 핵심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AI 개발 핵심 3요소 중에서 컴퓨팅 능력은 확보된 GPU와 데이터 센터 투자를 통해 늘리고 인재는 자본력과 컴퓨팅 능력으로 쓸어 담고 있으니 마지막 남은 데이터를 스케일AI와 함께 고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슈퍼팀 꾸린 메타, 초지능 AI에서 역전 가능할까?
AI 분야에서 날고 긴다는 인재들을 쏙쏙 모은 메타는 이들을 모아서 '슈퍼인텔리전스 랩'을 꾸렸습니다. 슈퍼인텔리전스 랩은 알렉산더 왕이 총괄할 예정이고요. 깃허브의 전 CEO인 냇 프리드먼도 합류해 왕을 보좌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이미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이 슈퍼팀에 합류한 사람들의 명단이 유출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는 슈퍼인텔리전스 랩의 연구진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 봤습니다.
일단 유출된 44명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의 출신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인이 48%로 가장 많습니다. 중국 AI 인재들의 역량이 여기서도 한 번 드러나는 거죠. 출신 회사로 살펴보면 역시나 오픈AI가 36%로 가장 많고요. 뒤이어 구글 딥마인드와 스케일AI 순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고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 슈퍼팀의 연구진들은 라마4 모델은 라마4 모델대로 범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개선하고, 더 나아가서는 팀의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이른바 AGI를 목표로 달려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LLM 모델에서 다른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이상, 메타는 그 너머를 바라보겠다는 거죠. 저커버그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미 이러한 계획을 밝혔고요.
메타의 계획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문제는 메타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여럿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기술 발전도 좋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말이죠.
일단 라마4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저커버그가 직접 벤치마크 조작 지시를 내렸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메타의 모델 성능 부풀리기에 항의하기 위해 기존의 메타 AI 연구 총괄이었던 조엘 피노가 사임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게다가 예전 오그랲에서도 다루었듯이 메타는 저작권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죠.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자료를 보면 불법 전자책 데이터를 토렌트로 다운받았다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직접 다운받아야 했던 메타의 내부 직원들조차도 이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요.
최근 EU가 공개한 인공지능 실천 강령을 두고도 메타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 실천 강령은 AI 모델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격인데 말이죠. 메타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이 강령이 기업에게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어요. 기술 혁신과 성장에 있어서 EU의 규제는 장애물이라는 인식인 거죠.
막대한 자본으로 영입한 최고의 인재, 그리고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 초지능 개발을 향한 메타의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거침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벤치마크 조작 의혹과 데이터 저작권 논란, 그리고 국제적인 안전 규범에 대한 외면까지... 이 모든 것이 과연 '혁신'과 '속도'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요?
기술 발전을 위한 맹목적인 속도전은 자칫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저커버그의 약속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려면 AI의 안전과 데이터 보호라는 원칙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