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만든 '이동 노동자 쉼터'…실제 이용률은 저조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최근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중무장하고 음식 등을 배달하는 이동 노동자가 많은데요. 이들의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기 위해 대구시가 전용 쉼터를 만들었는데, 이를 찾는 이동 노동자가 거의 없습니다.

혈세만 낭비한 탁상행정 실태를 박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장날을 맞은 군위 한 전통시장.

시장 한편에 새로 지은 건물이 눈에 띕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 아래로 모여든 상인과 어르신들.

사실 이곳은 이동 노동자가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입니다.

하지만 전통 시장에서 물건을 배달하는 도우미 2명을 제외하고 이동 노동자 발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춘화/전통시장 도우미 : 더위가 그냥 최고 힘들죠. 멀리까지 배달해달라 하면 멀어도 가야 하거든요. 오후엔 좀 많이 들어가서 쉬어요.]

광고 영역

[김정학/의흥시장 상인 : (택배하시는 분이나 음식 배달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은 이용을 많이 안 해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없으니까. 택배하고 이런 사람들이.]

대구 도심에 마련된 쉼터도 마찬가지.

동구에서는 지난 6월, 편의점 15곳을 이동 노동자 쉼터로 지정했습니다.

쉼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동 노동자 400명에게 2만 원짜리 편의점 이용 쿠폰까지 제공했습니다.

쉼터로 지정된 편의점입니다.

이곳에는 이렇게 살균 충전기까지 마련돼 있지만, 이 장소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쉼터 지정 편의점 관계자 : 제가 오전 근무인데 오후 4시까지 하는데 한 분도 없었어요. 그래도 조금 올 줄 알았는데. 택배기사가 이쪽으로 안 오나 봐요.]

배달 건수를 채우려면 잠시 쉴 시간도 없다는 이동 노동자.

눈에 보이는 쉼터보다 더위를 식힐 음료수 한 잔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합니다.

[배달기사 A 씨 : (옆에 저거 이동 노동자 쉼터인 건 혹시 아셨어요?) 아니요. 정확하게 몰라요. 문자가 날아오는데, 아무래도 마시는 거나 뭐 그런 쪽이 오히려 좀 더 도움이 되고. 쉬는 거는 솔직하게 뭐 집도 다 근처고….]

[배달기사 B 씨 :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안 쉬면서, 우린 쉼터 있어도 관심이 없어요. 복지 필요 없습니다. 요금 높은 게 제일 좋은 겁니다.]

대구시가 공모 사업으로 올해 이동 노동자 쉼터 마련에 투입한 금액은 동구 등 3개 구군에 총 2억 원.

북구는 8월 중순에야 이동 노동자 쉼터 사업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대구시 관계자 : 보완해야 하죠. 이용자들 대상으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이런 것들을 의견을 받아서….]

이동 노동자 없는 이동 노동자 쉼터.

대구시는 내년에 대구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용 TBC)

TBC 박가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TV 네트워크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