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은 없었다…더 큰 몸집 품으려다 추락한 그 기업

제2의 티메프? 고공행진하던 스타트업은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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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4일 이내 배송으로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큰 주목을 받았던 스타트업 정육각이 이달 초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2016년 문을 연 정육각은 식품 스타트업 중 이례적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 혁신을 이뤄낸 것이 큰 인기 요인이었죠.

그렇게 고공행진을 달리던 정육각은 기업의 생사를 바꿀 대전환 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2022년 4월 유기농 브랜드 초록마을을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 금액은 약 900억 원.

이커머스 기반의 축산물 신성식품을 다루는 정육각과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과채류를 주로 다루며 다양한 협력사와 PB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던 초록마을.

이 두 회사가 합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그런데 이 행보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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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은 2002년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온 나름 내실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매출만 2천억 원에 달했죠.

2022년 기준 총 38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고요.

매해 대박이 날 일은 없어도 유기농을 선호하는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인수 당시 정육각의 연 매출은 400억 원.

성장세가 뚜렷한 스타트업이기는 했지만 초록마을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였죠.

쉽게 말해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스타트업이 2천억 원대 매출 규모의 초록마을을 인수했다는 건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인수 금액이었던 900억 원이 없었다는 것.

정육각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금을 유치해 인수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정육각의 투자 유치 목표금은 약 1천600억 원의 규모였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2022년부터 미국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급격하게 투자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그렇게 최종적으로 투자 유치를 받은 금액은 470억 원.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인수 금액만 900억 원이잖아요.

정육각은 이에 한참 모자란 인수금을 지불하기 위해 캐필탈사에서 나머지 320억 원의 단기 자금 대출을 받습니다.

이때부터 정육각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인수대금 지급 말고도 투자 유치 준비, 초록마을과의 내부 통합 작업 등 여러 이슈가 겹친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282억 원이었던 자본 총계는 2022년 마이너스 1.4억 원으로 급락하게 됩니다.

이후에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등 체질 개선을 시도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2025년 7월 4일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정육각 사태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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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가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다 판매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지 못했던 일명 티메프 사건과 비슷한데요.

최근 국내 유통업계 사이에서 이러한 미정산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보원/KAIST 경영대학 교수 : (어떻게 자기 자본이 없는 기업이 자기보다 거의 몇 배가 큰 기업을 인수를 그냥 할 수 있는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같은 경우엔 투자를 할 때 조금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자본금이 자기보다 몇 배 큰 기업을 인수하기도 해요. 그래서 성공하는 케이스들도 있어요 그 큰 기업 인수를 할 때 충분히 이제 준비를 하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있어야 되는 거죠. 이번 같은 경우에는 결과론적으로 보면은 그러한 과정이 굉장히 좀 부실하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내 유통업계의 미정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 기반으로 하는 유통산업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유통업계 미정산 사태가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사기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체념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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