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이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65·사법연수원 16기) 부장판사는 오늘(25일) 이 모 씨를 비롯한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액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며 "적어도 원고들이 구하는 각 10만 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배상 책임과 관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들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의 임무를 위배했다"며 "비상계엄 조치로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공포, 불안, 좌절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이 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고 측 주장과 손해 발생과 비상계엄의 인과관계도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비상계엄과 그 후속 조치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에 대해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준비 모임'은 지난해 12월 10일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를 보장할 대통령의 임무를 저버려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1인당 1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준비 모임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던 이금규 변호사가 꾸렸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을 대리하기로 했으나, 순직해병 특검팀의 특검보로 임명되며 원고 대리인단에서 사직하고 소송의 원고로만 참여했습니다.
법원이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다른 민사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오늘 판결을 선고한 이 부장판사는 2017∼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민생경제연구소 등 4개 단체는 계엄 사태에 따른 중소상공인들의 피해에 책임이 있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지만, 이는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데 불과할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