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모아 천만 원 기부 86세 노인…"삶의 마지막은 작은 나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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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하는 이형진 기부자

"여든살까지는 나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삶의 마지막은 작은 나눔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대전에 거주하는 이형진(86)씨는 21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천만 원을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부금은 2∼3년간 이 씨가 재활용품을 직접 수집해 모은 돈입니다.

새벽이면 집을 나와 폐지를 줍고 캔을 주워 고물상에 팔았습니다.

하루 2만 보 넘게 걸어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 매일 5천 원∼1만 원씩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고물은 매년 6∼7t에 달했습니다.

"번 돈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고 애들도 다 컸고, 이 돈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재활용품을 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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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집을 8년 전부터 해오며 틈틈이 조금씩 남모르게 기부해 왔습니다.

그는 2년 전 대전 유성구 다가구주택 일가족 사망사건과 인천 일가족 5명 사망사건을 잇달아 접하면서 가장 어려운 한 가정을 집중적으로 도와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번 기부금은 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있으면서도 임대주택 보증금조차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워야 했던 위기의 한부모가정에 전달됩니다.

특히 이 씨는 기부금과 함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쓴 손 편지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편지에는 "희망은 곧 삶의 원동력입니다. 멈췄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사랑의 근원이신 하느님이시여! 이 작은 나눔이 이름 모를 길 잃은 어린 소년의 가정에 희망의 새싹이 되도록 영원토록 보살펴 주옵소서"라고 적었습니다.

1970년대 월남전에 통역관으로 참전했던 참전유공자이기도 한 이 씨는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갚아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선행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이 씨를 도왔습니다.

이 씨가 자고 일어나면 집 문 앞에는 이웃들이 가져다 둔 폐지가 쌓여 있을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으고 모은 고물은 22년을 함께한 그의 쏘나타 승용차에 한가득 실려 있습니다.

녹슬고 헤졌지만 20만㎞ 넘게 주행하고도 여전히 튼튼하다고 자랑하는 그의 미소에서 검소한 삶의 태도가 엿보였습니다.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많은 분이 한 가정, 한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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