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주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조사하는 국토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엔진 정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유족들의 강한 반발에 발표를 취소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논란이 됐던 엔진 조사 결과 자료를 저희가 단독 입수했는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과 의문이 남는 지점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SBS가 확보한 엔진 조사 결과 자료에는 새로 드러난 사고 경위가 담겼습니다.
우선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7분 50초, 관제탑에서 사고 여객기에 조류 활동 주의를 알리고 불과 36초 뒤에 가창오리 떼와 충돌했다는 사실입니다.
충돌 직후 양쪽 엔진은 진동을 일으키면서도 작동했는데, 우측 엔진에선 '서지', 즉 이상 연소와 함께 화염과 검은 연기가 발생했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또, 새 떼와 충돌 후 19초 뒤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면서 좌측 엔진을 정지시킨 사실이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됐다고도 했습니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는 동체 착륙하기 직전까지도 우측 엔진 출력은 비행이 가능한 정도로 작동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항철위는 유족 상대 설명회에서 우측 엔진 손상이 더 심했는데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점을 강조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조종사의 오판, 또는 실수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하지만 유족들과 전문가, 현직 기장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좌측 엔진도 손상된 상황에서 우측 엔진을 끄고 좌측 엔진만으로 비행했다면 안정적으로 착륙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유진/유가족협의회 대표 : 정황들이나 근거 자료를 정확하게 공개하시고 정말로 객관적으로 조사가 전문적으로 잘 됐다면 그걸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A 씨/B737 기장 : 그때 상태의 양쪽 엔진이 어디가 더 안 좋았는지, 넘버 1엔진이 끝까지 버티고서 갔을 거라는 건 그거에 대해 시뮬레이터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실험을 했어야 하는 거죠.]
특히 항철위는 우측 엔진전력장치, IDG가 분리된 걸로 조사됐다며, 조종사가 직접 IDG를 끈 걸로 보인다고 설명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때문에 전력이 차단되고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IDG가 충격에 의해 분리됐을 가능성은 없는지 묻자, "추정이다", "다른 원인도 분석하고 있다"며 말을 바꾼 걸로 확인됐습니다.
[B 씨/B737 기장 : 오일 템퍼러처가 하이(엔진 과열 원인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이 껐을 거다라는 건 너무 과한 추정인 거죠.]
[권보현/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그걸 끌 필요가 없거든요. 왼쪽 엔진을 끄고 또 우측 엔진 IDG를 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거든요.]
전문가들은 동체 착륙 직전까지 오른쪽 엔진 출력으로 비행이 가능했단 항철위 조사 결과에도 주목했습니다.
[권보현/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 잘못 끄고 잘 끄고 이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지금 엔진이 살아 있었는데.]
새 떼 충돌 직후 좌측 엔진 상태와 기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유족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황인석,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