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극우 독일대안당(AfD) 정당 해산을 논의하는 가운데 시민 절반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렌스바흐여론조사연구소(IfD)가 시민 1천54명을 대상으로 이달 4∼16일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52％가 독일대안당 해산에 반대했습니다.
찬성은 27％에 그쳤습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독일대안당 지지율이 높은 동독 지역이 65％로, 서독 지역 49％보다 많았습니다.
독일대안당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본다는 응답이 전체의 52％였고, 이들의 지지율 상승이 우려스럽다는 응답은 57％였습니다.
그런데도 정당 해산에 반대하는 시민이 더 많은 이유는 독일대안당 활동을 금지하더라도 새 극우 정당이 생길 거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응답자의 54％가 독일대안당과 비슷한 목표를 내건 정당이 빠르게 설립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난 18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독일대안당 지지율은 25％로, 27％를 기록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민자 '재이주'와 반(反) 유럽 통합을 내건 독일대안당은 지난 2월 총선에서 20.8％의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다른 정당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이른바 '방화벽' 원칙에 따라 제1야당인 독일대안당과의 협력을 금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 독일대안당의 활동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독일대안당 정당 해산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반면, 사회민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꾸린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은 반대 입장입니다.
정당 해산은 연방정부와 연방의회, 상원(참사원)이 헌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사회민주당 전당대회로 논쟁이 다시 불붙었지만 정당 해산은 법적, 사회적 위험을 안고 있다"며 "헌재가 정당 해산의 근거를 인정하더라도 지지자들이 후회하거나 단념하고 다른 정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20일에는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공동대표의 방송 인터뷰를 시위대가 소음으로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베를린 연방정부 청사 야외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경적을 울리고 '빌어먹을 AfD(독일대안당)'라는 가사를 무한 반복하는 합창곡을 녹음해 크게 틀었습니다.
바이델 대표는 인터뷰 도중 "귀에서 메아리가 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공영방송 ARD가 휴가철을 앞두고 원내 정당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는 연례행사였는데, 독일대안당은 "인터뷰를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