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중, 한 여성이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몸을 피하며 10개월 된 아들을 달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여름철 공세를 강화하면서 폭격에 대한 공포가 수도 키이우 시민들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난 두 달간 밤마다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370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키이우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최전선의 다른 도시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집중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키이우에 사는 다리아 슬라비츠카는 최근 일주일에 며칠씩 폭격을 피해 지하철역 대피소를 찾습니다.
슬라비츠카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초조하게 텔레그램을 확인하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요가매트와 이불을 챙겨 들고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뛰어갑니다.
처음에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겁에 질려 복도로 나가야 한다고 소리치던 아들 에밀도 이제는 이런 일상에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지하철 선로 옆 기둥에서 웅크리고 밤을 보낸 슬라비츠카는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왔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와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밤 지하철역을 찾은 사람들은 16만5천명으로 전달보다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키이우 군 행정 책임자인 티무르 트카츠헨코는 올해 상반기에만 키이우에서 78명이 숨지고 400명이 부상했다며 공격 규모와 치사율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대피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다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집 근처 3km 이내에 대피소가 없는 스토로즈후크는 올해 초 2천달러를 들여 강철로 만든 '캡슐 오브 라이프'라는 상자를 구입했습니다.
그는 밤마다 애완견과 함께 강철 상자 안으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은 키이우 시민들의 잠을 뺏어간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가족 심리학자 카테리나 홀츠베르흐는 폭격에 따른 수면 부족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어린이와 성인 모두의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잘츠부르크대에서 수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안톤 쿠라포우 박사는 "길거리에 나갔다가 눈앞에서 사람이 총에 맞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상상해보라"며 키이우에서는 시민들이 매일 이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고 이런 스트레스가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