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검찰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한 진위 감정서 등 수사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1-3부(김우수·최수환·윤종구 부장판사)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교수가 요청한 정보는 형사 사건 감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왜 대부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 증거로 쓸 수 있을지도 검토하려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보공개 청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공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천 화백은 당시 "자기 자식인지 모를 부모가 어디 있나. 나는 이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 맞다고 주장했고, 전문가 감정 결과도 진품이라는 판단이 나오자 천 화백은 결국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2015년 천 화백이 사망한 뒤, 논란은 다시 불붙었습니다.
2016년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해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다양한 과학 감정 기법을 동원했고,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이 미인도에 구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김정희 교수는 2019년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배상 소송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김 교수는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감정서에 대해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오늘 공개 판결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