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2028년부터 역내 모든 대기업으로부터 일종의 '기여금'을 걷겠다고 예고했습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EU 장기 공동예산안인 2028∼2034년 '다년도 지출계획'(MFF) 초안을 보면 '유럽을 위한 기업 기여금'(Corporate Resource for Europe·CORE)이라는 재정 충당 수단이 신설됩니다.
CORE는 EU 내 연간 순매출액이 최소 1억 유로(약 1천621억 원) 이상인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고정(lump-sum) 기여금'을 걷는 것이 골자입니다.
집행위는 CORE 도입으로 연평균 68억 유로(약 11조 원)의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며, 차기 MFF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028년부터 징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명시했습니다.
EU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연 매출이 1억∼2억 5천만 유로인 기업은 연간 10만 유로(약 1억 6천만 원), 2억 5천만∼5억 유로 매출 기업은 25만 유로(약 4억 원), 5억∼7억 5천만 유로 매출 기업은 50만 유로(약 8억 원), 7억 5천만 유로 매출 이상 기업은 75만 유로(약 12억 원)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본사 소재지와 무관하게 EU 내에서 영업·판매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대상이므로, 미국 빅테크는 물론 유럽 내 매출액이 높은 한국 주요 기업들도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관할 회원국 당국에 법인세를 이미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중복과세에 해당해 구체적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집행위는 CORE 외에도 전자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과세, 담뱃세 도입도 새로운 재원 충당 수단으로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EU 탄소배출거래제도(ETS),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EU 공동예산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집행위의 이런 구상은 차기 MFF 규모를 증액하면서도 EU 각국의 부담액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초안에 따르면 2028∼2034년 MFF는 약 2조 유로(약 3천232조 원) 규모로, 2021∼2027년 예산인 1조 2천억 유로(약 1천943조 원) 대비 8천 억 유로(약 1천292조 원) 가까이 증액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U 회원국은 EU 공동체 장기 예산 계획인 '다년도 지출계획'(MFF)을 7개년 계획으로 수립합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