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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호랑이…'귀여움의 팬덤' 정조준 [스프]

[취향저격] 라부부와 더피, 내 주머니 털어가는 이토록 친밀한 몬스터들 봤나요? (글: 장은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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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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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도대체 라부부가 뭐길래 난리지? 털북숭이 키링을 주렁주렁 가방에 달고 다니고 싶어도 나만 없는 라부부. '남들 다하는 건 절대 안 하지'라고 외쳤지만 좀 귀엽긴 하네. 리셀과 재테크 논리를 펼치며 죽어라 손가락으로 새빨간 앱을 새로 고침 하게 만든 피규어 시장 워너비 아이템이 된 캐릭터 라부부. 4주째 전 세계 넷플릭스 인기 TOP 10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캐릭터 더피 역시 영상을 본 팬들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을 다 털어버릴 기세로 몰려오는 바람에 두 번의 재입고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만에 동이 나 버렸다.

7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군 두 개의 캐릭터, 라부부와 더피. 정체는 토끼귀를 가진 요괴와 까치 호랑이. 불티나게 팔린 캐릭터 속에는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었고 그 스토리텔링에 마음을 빼앗긴 팬들은 캐릭터 IP 산업을 움직이는 엄청난 콘텐츠 파워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부부 캐릭터의 몬스터적 환상성과 상상력

7월 11일 이른바 카카오 대첩. 세 번의 구매 타임을 미리 공지하고 요즘 MZ세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나에게 선물하기 작전은 대성공. 아이돌 그룹 피켓팅을 방불케 했던 구매 대란은 수천 명 대기 번호를 뚫고 들어갔어도 결제에 실패하는 난리 북새통 끝에 성공했다는 후기들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곧바로 기존의 상품까지 적게는 3배에서 40배에 이르는 리셀가로 중고 거래 앱에 올라오기도 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라부부 캐릭터가 인기를 끌게 됐을까?

홍콩 출신 디자이너 카싱룽이 만든 라부부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 엘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다. 요정이 가진 신비로운 매력 대신 라부부는 아홉 개의 상어 이빨, 귀염뽀짝한 손톱과 발톱, 장난기 가득한 큰 눈에 토끼 귀를 가진 몬스터다. 한마디로 정체를 규정지을 수 없는 하이브리드한 존재이자 친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다. 귀엽지만 순둥순둥하지만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엉뚱한 매력의 존재, 괴물이지만 소원을 이루어 줄 것 같은 21세기 MZ세대들의 새로운 부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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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최근 발매된 몬스터 시리즈는 '빅 인투 에너지'란 이름으로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행운이, 희망이, 충성이, 평온이... 북유럽 엘프가 변형되어 친숙한 장난꾸러기 몬스터가 되어 아시아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에겐 어피치나 춘식이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만 개별 캐릭터가 독자적인 세계관 안에서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것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엔 일본과 디즈니의 라이선스 캐릭터 위주로 생산하던 팝마트가 어느 순간 꾸준히 자국과 아시아권의 젊은 아트토이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컬래버레이션하면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시장을 개척한 것도 성공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팝마트의 뉴 아이템 정도로만 취급받던 라부부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의 애장품인 것이 SNS를 통해 알려지고 셀럽들이 명품 가방에 착용한 사진이 퍼지면서부터다.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최근 중국에서 2억 5천만 원 경매가에 낙찰된 사실 또한 희귀성과 인지도를 올렸다. 좋아하는 대상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소유함으로써 애착의 대상과 동일시되는 심리적 현상, 피규어 콜렉터들의 수집 욕구, 확장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아이템으로서 소장 가치, 캐릭터가 가진 귀여움 선호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팬덤이 생겨났다. 다시 말해 라부부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표방하는 세계관과 맞물려 꾸준한 덕후를 양산해 낸다.

장난기 가득한 라부부의 눈을 보고 아이러니하게도 70년대 못난이 인형 시리즈가 생각났다. 서양 문화의 동경을 담아 탄생한 일본의 아기 인형 큐피,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미의 기준을 풍자한 한국의 못난이 인형, 그리고 베이비 붐을 지나 고소득 맞벌이 난임 부부들의 희망이었을 80년대 미국의 양배추 인형. 어쩌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장난감들은 그 시대상과 문화를 담고 유행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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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가와이 문화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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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가진 본질은 나보다 그 대상이 연약하거나 보호본능을 자극함에 있다. 어린아이, 동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존재 같은 귀여움의 대상을 상상해 보라. 순수하고도 무결한 존재들이 대부분이다. 귀여움 속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객체를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고 덩달아 그 존재로 하여금 힐링되며 편안해지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보호해야 할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이 작동한다. 2024년 4월 한국을 강타했던 푸바오 열풍을 떠올려보라. 엄마 아이바오와 떨어져 본국으로 돌아간, 코로나 직후 태어나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털북숭이 판다곰 한 마리가 남긴 것들을.

일본은 우리보다 가와이 문화가 더 일찍 태동했고 발전했다. 지금은 중국의 팝마트에 기세를 빼앗긴 듯하지만 귀여움의 원조는 일본의 산리오다. 헬로우 키티와 마이 멜로디부터 시작해 시나모롤 등. 일본은 지자체 캐릭터인 유루카라 그랑프리 출신 쿠마몬도 귀여움을 어필한다. 일본 피규어 시장에서 반다이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디콤 토이의 베어브릭 역시 한정판 발매와 랜덤 뽑기 방식으로 팝마트 시리즈들이 추구하는 귀여움과 희소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귀여움을 동경하는 문화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귀여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자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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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씬 스틸러 까치 호랑이 더피와 서씨

넷플릭스에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걸그룹이 귀신 사냥꾼으로 활약한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애니메이션인데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 케이팝을 배경으로 아주 디테일한 요소들이 잘 구현됐다는 점이다. 배경부터 공연장인 한국의 남산 타워, 데이트 장면은 한국의 옛 성터, 그리고 진우와 루미를 연결해 주는 메신저로 등장하는 푸른빛의 호랑이 '더피'의 인기가 주인공 못지않게 폭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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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
사진 : 넷플릭스

더피는 호랑이기도 하지만 전설 속의 동물인 해태(해치)의 모습과도 닮았다. 더피는 머리 위에 까치 서씨를 얹고 다닌다. 민화 속의 호랑이와 까치는 대립적 성격이 강했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둘의 존재는 파트너십이다. 서씨는 더피의 갓을 뺏아 쓴 눈이 3개인 까치인데 재미있는 점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갓이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2019년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부터다. 조선시대 좀비 드라마를 보면서 외국인들은 주인공들이 썼던 다양한 전통 모자에 관심을 가졌고 갓을 기념 굿즈로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더피는 처음 본 루미에게 다가가 고양이처럼 머리를 부비기도 하고 진우의 편지를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지만 실수로 넘어뜨린 것을 바로 세우려는 집착도 보여줘 웃음을 안긴다. 이런 귀여움의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디테일의 승리. 귀여운 더피와 엉뚱한 서씨의 임팩트 강렬한 출현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팬들은 한국의 호작도에서 탄생한 더피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하고 넷플릭스에서는 기념품으로 만든 굿즈를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니, 요즘은 잘 만든 작품 속 캐릭터 IP가 팬덤을 양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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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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