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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돌아온 복학생의 적응기…기대되는 조별 과제 [스프]

[취향저격] 영화 <슈퍼맨>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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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눈 한 번 깜짝 하면 AI 기술이 온 세상을 바꾸는 시대. 이런 때에 히어로 계의 조상님, DC 코믹스의 시조새, '슈퍼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슈퍼맨을 다룬 비교적 최근 영화인 <맨 오브 스틸>(2013)조차 개봉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슈퍼맨 캐릭터는 어쩐지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영웅의 상징으로 꼽힌 슈퍼맨. 그의 이름 위에는 찬란한 시간만큼이나 두꺼운 먼지가 쌓여있다. 이를 훌훌 털어버리고 이 남자를 다시 비상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슈퍼맨>이 당면한 과제다.

눈부신 전통을 이으면서 새롭게 보일 것. 이율배반적인 요청을 달성하기 위해 감독 제임스 건은 몇 가지 전략을 쓴다. 그의 전술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다시 돌아온 슈퍼맨과 인사를 나누는 건 어떨까. 아래부터 영화 <슈퍼맨>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다.

그 이름이 상징하듯이, '슈퍼맨(Superman)'이라는 캐릭터는 애당초 평범한 인간(man)이 아니다. 그리고 역대 슈퍼맨은 자기의 압도적인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타고난 강함을 이용해 홀로 사람들을 구원하는 '초인'은 요즘의 트렌드와 맞지 않다. 지금 시대는 인간을 존중하면서 여러 목소리를 조율하는 영웅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맨>은 다른 길을 간다. 영화에서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은 꽤 인간적이다. 첫 장면에서 그는 피를 흘리며 고통에 신음한다. 게다가 그는 강아지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지쳤을 때 시골의 부모님 집을 찾아 휴식하며 회복하는 모습도 다분히 인간적이다. <슈퍼맨>은 히어로도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슈퍼맨은 시련을 맞는다. 렉스 루터(니콜라스 홀트) 일당은 그가 지구인과 다르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때 슈퍼맨은 자기의 방식대로 '인간'을 다시 정의하며 그가 여느 사람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슈퍼맨>은 슈퍼맨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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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두 번째 전략. 이 영화에서 슈퍼맨은 마치 서부극의 단독자처럼 홀로 활약하지 않는다. 대신 팀이 있고 이들과의 협업을 추구한다. 이전에도 슈퍼맨은 <저스티스 리그>(2017) 등에서 다른 히어로와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슈퍼맨>에서 그는 확연하게 '저스티스 갱'의 일원이 되어 각 멤버들과 재밌는 조합을 보여준다.

저스티스 갱의 특징은 멤버들이 개인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기주의적인 것과 다르다. 이들은 팀이 되어서도 서로를 구출하는 일에 심드렁하다. 또한 이들은 서로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며 애틋함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하지만 마치 관성에 찌든 직장인처럼, 해야 하는 일은 확실하게 해낸다.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팀플레이는 제임스 건 감독의 특기다.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이미 B급 감성이 물씬 묻은 캐릭터를 팀으로 묶어 저글링 한 경험이 있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은 한심한데 기가 막히게 잘 굴러가는 조별 과제. 제임스 건은 <슈퍼맨>에서 다시 한번 생소한 팀을 조합하며, 이미 익숙한 '슈퍼맨' 캐릭터를 새로운 케미스트리 안에서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이미 조금 말했지만) <슈퍼맨>에는 제임스 건의 인장이 묻어있다. 괴수의 눈알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괴상한 장난스러움. 스멀스멀 몸을 침투하는 나노봇의 징그러운 이미지. 이는 모두 제임스 건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런 점들이 슈퍼맨과 만나며 오래된 시리즈는 2025년의 공기를 입는다.

그렇다면 제임스 건의 인장은 이 영화에서 충분히 드러났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잔혹함, 천진난만함, 폭력성, 귀여움 등이 마구 뒤섞인 제임스 건 특유의 색깔은 이 영화에서 다소 옅다. 가끔 그것을 드러내는 장면조차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슈퍼맨 시리즈의 무게가 그에게 부담을 준 것일까? 차라리 자기 색을 확실하게 입히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면 <슈퍼맨>은 훨씬 흥미로웠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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