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에도 아동 10명 사망…"미 텍사스 홍수 참사는 인재"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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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 헌트에 위치한 캠프 미스틱에서 한 경찰관이 물품을 수령하러 온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12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낸 미 텍사스주 홍수 참사는 지난 수십년간 강물이 여러 차례 범람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는데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탓에 맞게 된 인재(人災)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강물 범람 경보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고, 다수의 어린이가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은 캠프 소유주는 숙소의 위치가 홍수에 취약하다는 경고가 있었는데도 시설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지적입니다.

현지시간 11일 미 CNN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텍사스 중부 내륙의 기습 폭우로 범람한 과달루페 강은 그동안 여러 차례 범람해 홍수 피해를 낸 역사가 있습니다.

지역 신문 등에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93년 전인 1932년에도 강물 범람으로 인근 캠프의 여러 통나무 숙소가 급류에 떠내려갔고, 캠프 참가자들은 주변에 있던 카누를 타고 간신히 강을 건너 대피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최소 27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캠프 미스틱'은 1978년 여름에도 홍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습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캠프 상담사 5명의 차가 급류에 휩쓸려가 피해를 봤다고 지역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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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헌트에 위치한 캠프 미스틱에서 사람들이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번 사태 이전까지 가장 피해가 컸던 홍수는 1987년에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강 하류에 있던 컴포트 마을에서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청소년 10명이 대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이후 컴포트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모금 등으로 비상경보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강물이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사이렌이 울리는 이 경보 시스템 덕분에 컴포트 마을 주민들은 이번 폭우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강 상류에 있는 헌트 지역 당국과 주민들은 이런 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캠프 미스틱' 소유주인 딕 이스트랜드는 이 지역에서 1926년부터 시작된 캠프 미스틱을 가업으로 3대째 운영해오면서 수십년간 홍수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번 재난 당시 캠프 참가자들이 대피하도록 돕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스트랜드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지역 하천 관리 당국의 이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전통적인 경보 사이렌을 포함해 현대적인 홍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강 수위 계측기가 설치되고 경보 시스템이 일부 만들어져 한때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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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스 과달루페 강변에 있는 '캠프 미스틱' 숙소 (사진=AP, 연합뉴스)

하지만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부 지점의 수위 측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1999년 운영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이후에도 일부 주민들의 주도로 강물 수위 측정계와 사이렌 네트워크를 포함한 경보 시스템 설치가 추진됐으나, 지역 당국은 비용이 많이 들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저했고 텍사스주 역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캠프 미스틱'은 점점 더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참가자 수가 늘었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숙소 건물을 12개 이상 새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건물 중 일부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매년 홍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표시해 경고하는 '홍수 지도' 내부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홍수 지도가 처음 제작되기 전에 강변에 숙소를 지을 때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당국으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은 뒤에는 해당 시설을 강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기거나 숙소 외 다른 용도로 사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런 강변 숙소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이번 홍수 당시 이 숙소에서 잠을 자던 어린이들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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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의 홍수 전문 연구자인 세라 로벳은 캠프 미스틱 측이 홍수 가능성이 큰 곳에 있던 숙소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면서 이번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일 과달루페 강은 폭우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8m 높이로 수위가 치솟아 강변 주거지와 어린이 캠핑장 등을 휩쓸었습니다.

현장 수색 작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어린이 36명을 포함해 121명, 실종자는 160여명으로 추정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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