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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케스트라가 있다? 19살 천재 작곡가가 곡 쓰는 법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작곡가 이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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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재학 중인 19살 이하느리는 지난해 바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작곡가입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그의 곡을 종종 연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하느리는 최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가 되었고, 국내외에서 신곡 위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하느리에게 '작곡'은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한 곡을 꺼내서 악보로 옮겨쓰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하느리는 어떻게 작곡을 하는지,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악보 다 손으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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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느리 작곡가 :

아니요. 처음에 3~40% 정도만 손으로 쓰고, 제가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텍스트나 보이는 매체로서 정리해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더라고요.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순간 제가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아니게 되는 것 같고 왜곡된 상태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정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한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오히려 쓰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안 쓰면 기억이 있었다가 없어졌다가 반복하거든요. 오랜 기간 동안 남는 아이디어들을 취합해서 그 아이디어를 토대로 곡을 써요. 바로 컴퓨터로 하면 집중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손으로 쓰다가 '곡이 이제 머리에 다 있으니까 그냥 사보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컴퓨터 사보를 시작해요.

김수현 기자 :

하루를 쪼개서 작업하는 과정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과정인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보통은. 머릿속의 생각은 지금 할 수도 있고 걸어다닐 때 할 수도 있고 잘 때도 자주 하는데, 그걸 꺼내는.

김수현 기자 :

꺼내는 작업도 일필휘지로 되지는 않잖아요. 모차르트는 빨리 했다던데 머릿속에 있던 게 후루룩 나온 거고, 베토벤은 계속 고쳐썼다고.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쓰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근데 그때와는 악보가 다르니까 물리적으로 조금 오래 걸리긴 합니다.

김수현 기자 :

편성이 커질수록 오래 걸리겠네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맞아요.

김수현 기자 :

작품의 모티브 등 음악적인 영감은 어떻게 얻으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를 오래 구체화시키면 여러 곡을 쓸 수 있어요. 공유하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에 곡은 달라도 그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발현시키는가에 따라서 제가 쓰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편성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특정한 모티브를 얻는다기보다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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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곡을 들으러 음악회에도 많이 다니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엄청 많이 다닙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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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느리
사진 : 세종문화회관
 

김수현 기자 :

음악회 말고 전시를 본다든지, 다른 장르의 공연, 무용을 본다든지. 그런 것도 관련이 있나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니요. 전혀 관련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영화는요? 아까 '브루탈리스트' 말씀하셨지요.

이하느리 작곡가 :

영화는 그냥 엄청나게 좋아하는 거고, 음악과 상관이 있지는 않아요.

박재현 기자 :

요즘 취미 생활은 어떤 걸 하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곡 안 쓸 때는 보통 영화를 보거든요. 근데 요즘은 영화를 볼 시간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영화 음악을 하신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아요.

이하느리 작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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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몇 개 했었어요.

김수현 기자 :

단편 영화.

이하느리 작곡가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연락을 주셔서 해봤는데 재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미디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해서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더 공부해서 나중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김수현 기자 :

미디 프로그램을 평소에는 많이 안 쓰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예 안 씁니다.

박재현 기자 :

거의 사보 프로그램만.

이하느리 작곡가 :

네, 사보 프로그램을. 그러니까 소리를 켤 일이 없어요. 미디와는 상관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사보 프로그램이라는 게 악보를 그리는 거를 말씀하시는 거죠?

박재현 기자 :

네, 손으로 그리는 대신 찍어서 프린트하면 나오는 겁니다. 미디 프로그램은 소리를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머릿속에 음악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미디로 하면 소리에 매몰돼서 아이디어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머릿속의 음악을 그대로 구현하는 작업만 하시는 것 같아요. 그걸 소리로 실행시키지 않고.

김수현 기자 :

영화음악에서는 그게 좀 필요한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단편 영화라서 라이브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가상 악기로 작업해야 돼요. 제가 다룰 줄은 아는데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러다 보니까.

김수현 기자 :

영화음악 작업은 영화가 나온 것을 보고 거기에 입히는 건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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