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7월' 열화상 카메라로 관찰한 광주 도심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 지난 9일 오전 광주 한 도시철도 2호선 공사현장에 설치된 철제 복공판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 세상이 붉게 타오르네요. 숨이 턱턱 막히는 걸 넘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정도라니까요."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올라 7월 상순 기온 값 신기록이 세워진 지난 9일과 오늘(10일), 온도가 높은 곳은 붉게, 낮은 곳은 푸르게 나타나는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광주 도심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했습니다.

도심을 오고 가는 시민들은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 저마다의 냉방 도구에 의지했지만, 가장 무더운 절기 대서(大暑)가 오지 않았는데 절정으로 치달은 무더위에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앞 시내버스 승강장에서는 쿨링포그가 쉴 새 없이 작동했지만, 체감 온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허공으로 흩뿌려진 인공 물방울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닿기 전 증발했고, 시민들은 그늘 한 점 없는 승강장에서 비 오듯 땀방울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햇빛의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한 도로에는 일시적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도 했는데, 아지랑이는 열화상 카메라상에는 빈틈없는 진홍빛으로 나타났습니다.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할까 싶어 시민들은 승강장 인근 횡단보도에 설치된 파라솔형 대형 그늘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광고 영역

뙤약볕을 막아주는 그늘막 덕분에 인근 온도는 25도 안팎으로 감지됐고, 열화상 카메라에는 푸른빛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자 양산을 가방에서 꺼낸 시민들은 또 한 번 무더위에 허덕였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위해 도로 한복판에 깔린 복공판의 열기와 교차로에 멈춰 선 차량의 엔진 열기가 더해지면서 혀를 내두르는 시민들도 여럿이었습니다.

휴대용 선풍기를 쐬던 서 모(36) 씨는 "후텁지근한 공기 때문에 선풍기를 사용해도 온도가 낮아지기는커녕 더 더워지는 것 같다"며 서둘러 교차를 벗어났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는 것은 동물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에는 대부분의 동물이 그늘 한 편에 웅크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코로 머금은 물을 자신에게 뿌렸고, 기린·얼룩말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생겨난 그늘 안으로 피해 연신 숨을 헐떡였습니다.

사자, 호랑이, 재규어 등 일부 동물은 사육 공간에서 나오지 않아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비교적 서늘한 그늘이나 실내로 향했습니다.

광주천변을 따라 설치된 의자와 교각 아래에는 그늘을 찾아 집 밖으로 나온 시민들이 냉수를 들이켰고, 서구 염주체육관에 있는 빙상경기장에도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들이 더위를 날려 보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비춘 빙상경기장은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었고, 빙판 위를 활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으로 이따금 주황빛을 띠기도 했습니다.

35도 안팎으로 이어지는 이번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오는 18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비가 내려도 최고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 것으로 광주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2주 가까이 이어지는 폭염특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실내에 머무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