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데 제가 들으면서 좀 궁금한 게 먹거리 물가는 계속 올라갔잖아요. 그런데 왜 외식 소주와 맥주는 오랫동안 가격이 내려갔던 거죠?
<기자>
소주와 맥주 가격이 각각 9개월, 7개월 하락 흐름을 이번에 끊은 거니까 상당히 오랫동안, 또 이례적으로 가격 하락세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꽤 오랫동안 외식 소주와 맥주 가격이 내려간 적이 없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외식 소주 가격은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9년 1개월 연속으로 상승했고요.
외식 맥주 같은 경우는 199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25년간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지난 몇 개월 동안 소주, 맥주 가격이 내려간 거냐, 사실 식당, 술집 사장님 인터뷰를 직접 하다 보면 코로나 때보다 계엄 이후가 더 힘들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시거든요.
최근 외식업계가 심한 소비 부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이는데요.
자영업자들이 손님을 잡으려고 술을 무료로 주거나 할인하는 '미끼 전략'을 쓰면서 물가를 끌어내린 겁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술 물가가 다시 올라간 건 이 같은 미끼 전략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술값 할인과 원상복구는 대도시권에서 활발했는데요.
특히 서울에서 소주 가격이 지난해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서 12월에는 마이너스 8.8%를 기록했다가, 이후 점차 하락 폭을 좁혀서 지난달에는 마이너스 3.1%를 나타냈습니다.
또, 외식 술값 할인이 끝난 게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소비심리가 개선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100 이하로 뚝 떨어진 뒤에 석 달 연속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게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도 최근에 다루기는 했는데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이 넘었잖아요. 이것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술값 할인 행사를 하고도 버티지 못해 폐업하면서 가격 원상회복 효과가 나타난 사례로 추정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일부 한계 자영업자, 그러니까 비은행권 채무 비중이 90%에 달하는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얘기인데요.
극단적 술값 할인 전략을 쓰다가 폐업한 자영업자가 늘자, 할인 경쟁이 완화된 게 다시 술값을 올리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5월 호프 주점은 2만 1천900개가 좀 안 되는데, 1년 전보다 8.3%, 2천 개 정도 줄었고요.
같은 달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6만 7천 명 줄어든 이유가 주점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 축소 때문인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영세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술값 할인 전략까지 동원하다가 일부는 폐업해서 경쟁이 완화돼 가격 원복 효과를 냈고, 일부는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가격을 복구한 것으로 분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