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화제 '꽃뱀 게임', 성차별 논란…"여성혐오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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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서 성차별 논란 일으킨 '꽃뱀 게임'

중국에서 남성을 의도적으로 유혹해 금품을 뜯어내는 이른바 '꽃뱀 여성'을 주제로 내세운 온라인 게임이 성차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되자마자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인기 목록 1위에 오른 '꽃뱀 게임'(별칭 꽃뱀들에 대한 복수)을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여성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해 유혹하는 여성들을 상대하는 남성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 탓에 게임이 모욕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게임은 연애를 빙자한 사기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예술가로 활동하는 쉬이쿤은 "게임 이름 자체가 이미 여성혐오적"이라면서 "남자친구가 돈이 많거나 여성이 자기 외모를 꾸미기만 해도 '꽃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게임에서 등장하는 모든 꽃뱀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게임 속 '남자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려면 돈을 얼마나 쓰는지 봐라'라는 등의 대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사 측은 게임의 이름을 아예 '로맨스 사기 방지 시뮬레이션'으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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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여성을 겨냥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요즘 연애의 감정적 경계와 회색지대에 대한 열린 대화가 이뤄지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논란 이후 중국의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게임 디렉터(총괄 제작자)가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게임에 대한 지지자들은 "모든 여성이 꽃뱀이라는 게 아닐뿐더러 로맨스 사기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제기되는 비판들이 지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2023년 기준 로맨스 스캠 사기로 인한 범죄 피해액은 20억 위안(약 3천8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게임의 실제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발생한 21세 중국인 남성의 극단 선택도 재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여자친구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당국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꽃뱀'을 뜻하는 라오뉘라는 신조어가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지난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검은 신화: 오공'을 제치고 계속해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BBC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성평등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까지 자행되는 중국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게임이 기존의 성별 규범을 더욱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습니다.

익명의 한 여성은 "이런 게임은 남녀 간 적대감을 부추긴다"면서 "생계를 위해 남성을 기쁘게 해야 하는 열등한 존재로 여성을 또다시 그려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BBC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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