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였던 반도체가 발목…삼성전자, 재고 충당금만 1조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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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것은 반도체 사업이 힘을 쓰지 못한 탓입니다.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50∼60%를 견인해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약 1조 원 수준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습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낸드 플래시 시장 불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적자 누적 등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는 오늘(8일)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조 원, 4조 6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1년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0.09%)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55.94%)이 났습니다.

잠정실적 발표에서는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영업이익을 1조 원대로 추정합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1조 1천억 원)보다 다소 상승한 것이지만, 작년 2분기(6조 4천500억 원)와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러한 실적 하락에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이하 재고평가 충당금)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업계에서는 DS부문의 올해 2분기 재고평가 충당금을 1조 원 안팎으로 추산합니다.

삼성전자도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이례적으로 설명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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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평가 충당금은 가격(재고 가치)이 내려가면서 원래 시장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하락분을 반영해두는 일종의 비용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팔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미리 재고평가 충당금으로 반영해 리스크를 털어내자는 것으로, 현재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HBM3E(5세대) 12단 개선제품 이전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개선된 HBM3E 12단을 메인으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노리고 있으며, 최근 빅테크 AMD에 이를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비메모리 사업(파운드리)은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막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제재하고, 그 수위를 점점 더 높이는 중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도 향후 미국 정부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중국으로 수출해 온 제품 재고를 충담금으로 일찌감치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사업 중 낸드의 부진도 실적 축소에 한몫했습니다.

DS부문이 지난해 2분기 6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배경에는 D램이 호실적을 낸 것과 더불어 낸드가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덕분입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전방 수요 부진으로 인한 고객사 수요 감소,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재고 비축, 가격 하락 등으로 실적이 둔화했습니다.

작년 한 해 낸드에서만 4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적자가 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낸드 공급 조절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기업용 SSD와 같은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분기마다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시스템LSI도 올해 2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지 못하면서 DS부문의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또 제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의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앞세워 9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7조 4천405억 원)을 더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총 16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낸드 시장 불황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삼성 HBM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파운드리 적자 축소 등에 이목이 쏠립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개선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와 HBM4(6세대) 제품의 양산, 파운드리의 경우 연말 반도체 칩에 적용 예정인 첨단 2나노 공정에 주력하는 한편, 28나노 이상 레거시(성숙) 공정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메모리 위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업황 기대가 커지고 있고, 반도체 불황기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도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입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인 개선을 예상한다"며 "HBM3E 12단 제품의 AMD 공급 당에 D램 내 HBM 비중이 상승하고, 파운드리도 신규 거래처 가세와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적자 폭이 3분기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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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달 말 올해 2분기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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