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편성되면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9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아동수당·기초연금 확대 등 대규모 복지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나랏빚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오늘(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천300조 6천억 원으로 증가합니다.
지난해 결산과 비교하면 1년 새 125조 4천억 원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 4월 1차 추경 기준으로는 19조 8천억 원 늘어납니다.
이 중 적자성 채무는 1차 추경 때 900조 원이 갓 넘었고, 2차 추경에선 22조 6천억 원 더 늘어나면서 총 923조 5천억 원이 됩니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없는 국고채 등으로 구성돼 조세 등 일반재원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외평채나 국민주택채권처럼 자체 회수가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대비됩니다.
전체 채무 증가 폭보다 적자성 채무 증가 폭이 큰 이유는 금융성 채무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성 채무는 1차 추경보다 2조 8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정부가 금융성 채무인 외평채 발행을 감액하고, 일반회계 적자 보전용 국고채 발행을 증가시켰기 때문입니다.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를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로 대체하면서 국가 채무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적자성 채무 상승세는 최근 들어 급격히 가팔라졌습니다.
결산 기준 적자성 채무는 2019년 407조 6천억 원에서 2024년 815조 4천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5년 만에 적자성 채무가 두 배가 된 것입니다.
같은 기간 금융성 채무는 315조 6천억 원에서 359조 8천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증가율로 적자성 채무는 14.9%, 금융성 채무는 2.7%를 기록했습니다.
1·2차 추경 재원 역시 대부분 적자성 채무에 의존해 마련됐습니다.
2차 추경 기준 작년 결산 대비 증가한 국가채무 중 86.2%가 적자성 채무였습니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71.0%를 기록, 처음으로 70%를 넘어섰습니다.
2019년 56.4%였던 것을 고려하면 6년여 만에 15% 포인트(p) 가량 커진 것입니다.
적자성 채무의 가파른 증가는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이자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운용의 경직성 심화로도 이어집니다.
국가채무 중에서도 적자성 채무의 비중과 증가율을 특히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적자성 채무에 명확한 관리 목표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서 재정 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국가채무의 총량을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 적자성 채무 관리 목표는 따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2024~2028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도 '발행 규모 및 상환 일정 관리 등을 통해 적자성 채무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담겼습니다.
예정처 역시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적자성 채무의 관리 목표와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적자성 채무 증가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재정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을 8세에서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부모가 함께 입금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도입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소득 활동에 따른 연금액 감액 구조 개선,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 축소 등을 통해 노년층 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 측은 이 같은 공약 이행에 5년간 210조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봤습니다.
지출 구조조정과 조세지출 정비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지만,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