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4년 만에 독일 여성박물관서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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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쾰른에 전시된 소녀상

독일에 처음 발을 디딘 지 4년 만에 정착지를 찾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28일(현지시간) 열렸습니다.

독일 본 여성박물관은 이날 오후 소녀상 제막 행사를 하고 여성 인권과 역사 바로 세우기의 상징인 소녀상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박물관은 예술가로도 활동하는 마리아네 피첸(77)이 1981년 당시 서독 수도 본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여성박물관입니다.

케테 콜비츠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피첸 박물관장은 이날 " 우리에게는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몹시 중요한 주제다. 이는 오늘날에도 1천 년 전,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존재한다"며 "평화는 현재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 박물관에 중요한 상징이며 그 이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동마이'로 불리는 이 소녀상은 2021년 4월부터 4개월간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전시로 처음 독일에 발을 디뎠고, 이듬해 독일 북부 볼프스부르크 현대미술관의 초청으로 4개월 전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기간 창고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독일 서부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제3세계' 전시의 일환으로 또 3개월간 전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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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가 끝난 뒤 지난 4일 쾰른에서 남쪽으로 20여km 떨어진 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4년간 독일 동쪽 끝자락 드레스덴에서 옛 서독 행정수도 본까지 500km 가까운 거리를 떠돈 셈입니다.

본 여성박물관은 2018년에도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독일 주재 일본 외교관들이 피첸 박물관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독일 행정당국도 시유지라는 이유로 박물관 측을 압박했습니다.

이번에 소녀상이 자리 잡은 곳은 박물관 소유 부지여서 사실상 영구 정착하게 됐습니다.

피첸 관장은 이번에도 일본 측의 방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나도 갈등을 부추기는 건 좋지 않다고 항상 말했다"며 "'우리는 그런 일(전쟁 성범죄)을 하지 않았다'는 국가의 주장보다 여성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소녀상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 입장이나 지금까지의 대응과 양립되지 않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관계자에게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제막 행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 주최로 '그녀의 이름은 평화'라는 제목의 일인극과 춤 등 공연이 열렸습니다.

한대수·장순향·배달래 예술가는 지난 27일부터 프랑크푸르트 등 소녀상이 설치된 독일 도시들을 돌며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 측은 이 공연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원한다고 적힌 포스터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은 포스터에서 진흥원 이름을 삭제했습니다.

본 여성박물관은 "소녀상은 독일에서도 일본의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과 저항의 장소로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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