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들쥐, 도시생활 125년 만에 두개골·치열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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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8년 미국 시카고에서 수집된 들쥐의 두개골과 가죽

진화는 보통 수천~수백만 년간 작은 변화가 축적돼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살아온 다람쥐와 들쥐에서 125년 사이에 두개골 크기와 치열 등이 변하는 진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 스테파니 스미스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통합 및 비교생물학(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에서 125년 전부터 수집돼 수장고에 보관 중인 다람쥐와 들쥐 두개골을 비교, 도시화된 환경에 적응해 진행된 '실시간 진화'(real-time evolution) 사례를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필드 박물관 포유류 수집품은 전 세계에서 온 24만 5천 점 이상의 표본으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박물관이 있는 시카고 지역의 동물 표본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동물 표본 중 시카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치류인 동부줄다람쥐(Tamias striatus) 132마리와 동부초원들쥐(Microtus pennsylvanicus) 193마리의 두개골을 측정했습니다.

스미스 박사는 두개골에는 감각 기관 및 식습관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고, 전반적인 몸 크기와도 연관이 있다며 "두개골을 통해 동물들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지 등 진화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람쥣과 동물인 동부줄다람쥐는 대부분 시간을 지상에서 보내고 도토리, 씨앗, 곤충, 개구리 등 다양한 먹이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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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동부초원들쥐는 햄스터와 더 가까운 친척으로 주로 식물을 먹고 땅속 굴에서 주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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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시카고에서 수집된 다람쥐 두개골

연구팀은 전체 두개골 길이나 치열(이빨 배열) 길이 등 여러 부위를 측정했습니다.

또 다람쥐 82마리와 들쥐 54마리의 두개골을 3D로 스캔하고, 디지털상에 두개골들을 겹쳐놓고 특정 지점 간 거리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두 종 모두 125년 사이에 두개골에 제한적이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종의 두개골 변화에는 차이가 있었고, 이 변화에는 도시화가 기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람쥐의 두개골은 연구기간 전반에 걸쳐 크기가 증가했고, 입 양쪽 치열의 길이는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달라진 먹이의 영향으로 추정됐습니다.

들쥐 두개골에서는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내이(inner ear)를 감싸는 뼈 돌기(bony bump)가 작아지는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특히 도시화된 지역에서 채집된 들쥐는 형태 다양성이 줄고 두개골이 평평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왜 생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다람쥐 몸집이 커지고 치열 길이가 감소한 것은 식이 변화와, 그리고 들쥐 두개골 형태 변화는 도시화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두 종의 두개골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 것은 도시화된 서식지가 이들에게 각기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람쥐 몸집이 커지고 이빨이 작아진 것은 도시화로 인간 관련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도토리 같은 딱딱한 먹이는 덜 먹게 됐기 때문일 수 있고, 들쥐의 청각 관련 뼈 구조 변화는 도시 소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설치류가 인간과 함께 사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작지만 실제적인 진화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동물들이 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라고 말했습니다.

(사진=Field Museum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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