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공습, 집단적 자위권 부합했나…국제법 위반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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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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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2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엔 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 예일대 로스쿨의 우나 해서웨이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 무력행사 금지는 전후 법 질서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유엔 헌장 비준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로 승인되거나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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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걸림돌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도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트럼프가 외교와 협상을 버리고 무력을 택한 건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이후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나, 타이완을 겨냥해 무력 시위를 벌여온 중국이 타이완 침공을 강행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입니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지난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됐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해선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는데 이중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긴 했지만 협상 카드였을 뿐 핵무기 개발 자체는 2003년 이후 손을 놓은 상태였다는 게 미국 정보 당국의 일관된 분석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이란의 핵 위협이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야 할 정도로 임박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 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기 집권 당시에도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을 불신하는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완성이 머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개버드 국장의 3월 발언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녀가 말한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고, 20일에는 "내 정보팀이 틀렸다. 그녀가 틀렸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개버드 국장은 미 공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당시 백악관 상황실을 촬영한 사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선 개버드 국장이 트럼프의 신임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편, 해서웨이 교수는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조차 전쟁 전 안보리와 협의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트럼프는 국내법이나 국제법적으로 타당한 권한이 없는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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