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 재지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21개 구가 규제지역에서 풀린 지 2년 반 만입니다.
앞서 규제지역 지정 기준을 손질하겠다던 정부는 무더기 규제지역 해제 이후 제도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해당 규제를 다급히 재활용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갭투자 차단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서울 일대 '3중 규제' 지역이 비강남권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현재 부동산 규제지역은 시장 과열 종류와 정도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3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원조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입니다.
2002년 주택법에 근거한 투기과열지구를 기본으로 운영하면서 2003년 소득세법에 근거한 대출·세제 중심의 투기지역을 추가 도입하면서 규제의 강도를 높여 운영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은 2016년 '11·3 대책'에서 주로 청약 과열지역의 '맞춤형' 규제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원래 명칭도 '청약조정대상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투기과열지구에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한 정비사업 규제가 추가되고, 조정대상지역에는 청약 규제 외에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를 차단하기 위한 양도소득세·취득세·종부세 중과 등 강력한 세금 규제가 추가되면서 규제지역별 규제의 강도 차이가 무색해졌습니다.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여기저기 땜질식 처방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서열이 무너졌고, 기재부 소관의 투기지역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습니다.
규제지역이 맹위를 떨치던 때는 문재인 정부 시절로, 투기과열지구에선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조정대상지역에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가 중과됐습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택거래 침체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착수하면서 이들 규제가 일부 축소, 완화됐습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대출 금지 조항이 폐지되며 고가 주택의 대출이 허용됐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무주택이 50%, 유주택이 30%로 조정대상지역과 동일해졌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만 투기과열지구 40%, 조정대상지역 50%로 차등 적용됩니다.
두 규제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과 정비사업 규제의 유무입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세가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자는 12%로 중과됩니다.
비조정지역은 3주택 이상 8%, 4주택 이상부터 12%가 적용되는데 기준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또 2주택 이상자는 양도소득세가 20∼30%포인트 중과되고,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배제됩니다.
다만 양도세 중과는 윤석열 정부에서 내년 5월까지 한시 배제를 해놔 현재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는 게 큰 차이입니다.
조합설립인가(재건축) 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재개발) 이후에는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정비사업 분양주택의 5년 재당첨 제한이 걸립니다.
또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해 분양가 통제를 할 수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은 초기 규제의 성격이 강해 과거 지방 중소도시까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 규제지역은 전국 기준 총 161곳으로 투기과열지구가 49곳인데 비해 조정대상지역은 투기과열지구의 2배가 넘는 112곳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은 강력한 세금 규제로 인해 초기 규제치고 강도가 너무 세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 6월 전국의 규제지역을 대대적으로 해제하면서 규제지역 지정 기준도 함께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지난 2023년 3개의 규제지역을 '부동산관리지역'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주택법, 소득세법, 지방세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관리지역은 1, 2단계로 나눠 1단계는 청약과 분양권 전매 제한 관련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하고, 2단계는 1단계 규제에 더해 대출 및 정비사업 규제·세제 중과 등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류에 따라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회기를 넘겨 다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다급해진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규제지역 제도를 손질할 겨를도 없이 일단 칼부터 휘둘러야 할 상황이 된 것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약 규제지역을 확대 지정한다면 국회에서 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리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남은 규제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으로 동시 지정된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뿐입니다.
이들 4개 구는 서울시가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아파트)까지 '삼중 규제'로 묶여 있습니다.
일단 정부는 내달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금융당국은 앞서 시중은행에 2주택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 40·50년짜리 주담대 만기 축소를 지시했고, 가계부채 증가 요인 중 하나인 전세자금대출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추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과거 투기과열지구에 적용하던 15억 원 초과 고가주택 대출 금지가 부활할지도 관심입니다.
다만 그사이 아파트값이 크게 높아져 고가주택의 개념이 달라진 만큼 대출 금지 하한선은 과거 15억 원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집값 과열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성동·마포·영등포·광진·동작·강동구 등 한강 벨트 지역이 유력합니다.
토허제 지역에선 전세를 낀 매수가 불가능하고 자기 자금과 대출로 매수 대금을 충당해야 해 갭투자 차단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고가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할 경우에는 100% 자기 자금이 필요해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 동시에 지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진보성향의 학자들도 세금 규제 없이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일단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면 별다른 조처 없이도 양도세와 취득세 등 세금이 다시 강화됩니다.
현재 집값이 크게 오른 한강 벨트 일대 성동·마포·강동구 등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조정지역 등 '삼중 규제지역' 유력 후보군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내년 5월까지 유예돼 있고, 앞서 여야 합의로 종부세 중과세율도 낮춘 상태라 조정지역의 규제 약발은 과거보다 축소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 85%까지 높였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윤석열 정부가 70% 아래로 낮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규제지역 확대와 동시에 즉시 양도세 중과를 부활하거나, 정책의 안정성을 고려해 내년 5월 한시 배제 종료 후 추가 연장은 없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시가격 로드맵 부활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원상 복귀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번 신규 규제지역 지정은 서울시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재 서울뿐만 아니라 준강남급 인기를 누리는 과천시, 1기 신도시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 분당신도시, 대통령실 이전 등 행정수도 기능 강화 호재가 있는 세종시 등지는 현재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라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지자체가 지정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수도권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정부는 현재 집값 상승세가 7월 3단계 DSR 시행을 앞두고 미리 대출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경향도 있는 만큼 시장을 지켜보기 위해 규제지역 확대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이재명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이 담긴 종합 부동산대책도 마련 중입니다.
현재로선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측면, 총리 인사청문회가 이달 25일 끝나는 점 등을 감안해 종합대책은 이르면 7월 중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