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넨 씨 가족사진. 왼쪽부터 고넨 씨, 언니 루이스, 부모
한국전쟁 때 가족과 뿔뿔이 흩어진 뒤 끝내 이산가족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뿌리찾기에 나선 이스라엘 한인 동포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17일) 동포사회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이스라엘 라아나나에 거주하는 낸시 고넨(68) 씨입니다.
고넨 씨의 어머니 고(故) 이월순 씨는 1933년 8월 14일 강원 춘성군(현 춘천시) 동면 상걸리 52번지에서 아버지 이태원 씨와 어머니 이순녀 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955년에 3월 11일자로 발행된 영문 호적 등본상 당시 가족의 주소는 강원 홍천군 홍천면 와동리 663번지입니다.
고넨 씨의 어머니 이 씨는 1950년대 초 미군인 얼 루이스 소런슨과 결혼해 1956년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고넨 씨의 언니 루이스는 1955년 서울에서, 고넨 씨는 1957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각각 태어났습니다.
그는 조지아주립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살다가 1985년 이스라엘로 이민 가 40년 동안 거주하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 기술회사에서 인사 담당자로 일하다가 2020년 은퇴했습니다.
지금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자주 오가는 편입니다.
고넨 씨는 언론 통화에서 "어머니는 생전에 한국전쟁 후 가족을 찾고자 했으나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한 고통스럽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며 "늘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 중 어머니의 못다 한 꿈을 이뤄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오는 9월 두 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의 친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1977년, 어머니는 1979년, 언니는 2001년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넨 씨는 이런 개인적인 슬픔과 비극 때문에 가족을 찾거나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몇 년 전부터 마음을 열고 'H마트에서 울다', '파친코' 등 한국과 관련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뿌리찾기에 나서게 됐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 배경도 전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등을 만나 어머니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진=낸시 고넨 씨 제공, 연합뉴스)